트위터 단문 모음 5
+) 둘째 사니와 소재 있습니다. 둘째라곤 해도 처음 만든 애보다 시간대는 먼저. 나중에 쓸 블랙 혼마루 주인이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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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블랙 혼마루(15.08.13)
"아가. 네가 얼른 정신을 차려야 저들도 정신을 차린단다."
미카즈키가 그녀의 손을 살며시 쥐었다. 벽에 기대 앉아있는 그녀는 제법 야위었다. 내리깐 눈매가 처연하다 생각할 즈음,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툭 떨어졌다.
미카즈키는 눈을 크게 떴다. 늘 웃던 그녀가 눈물을 흘리다니. 그녀는 습관적으로 종이와 붓을 당겨 한 단어를 적었다.
- 무서워.
- 무서워요, 미카즈키 씨.
절망에 물든, 누구보다 소중한 혼마루 주인의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오래된 만큼 단단한 미카즈키의 평상심을 두드리고, 금을 가게 할 정도로 그녀의 말은 여파가 컸다.
"아가..?"
그렇게 고꾸라진 그녀는 깨어나지 못했다.
초승달이 바스러졌다. 불살의 검은 마음이 깨지어, 그녀를 붙잡고 쇠가 깨지는 비명을 내질렀다.
갈 길 없는 두려움과 절망, 원망이 소용돌이쳤다.
문 밖을 지키던 츠루마루는 눈을 감았다.
─ 주인 잃은 혼마루의 미래는 정해졌다.
그들은, 우리는 전부 미칠 것이다. 그리고 이곳은 정부의 사냥터가 되겠지. 그러나 그리 두진 않을 것이다.
─ 함께 수라도를 걷자, 주인이여. 이 츠루마루가 그대 죽음까지 함께하리다.
그의 뺨으로 붉은 눈물이 한 줄기, 흘러넘쳤다.
15. 우구스이마루(15.08.14)
잔 위에 피어나는 꽃이 아름답다. 뜨거운 물을 여러번 다완에 담고, 잔이 덥혀지면 그 물은 버린다. 덥혀진 잔에 적당히 물을 붓고, 하나하나 말린 꽃을 떨어트린다. 조심스럽고 신중한 손끝에서 향과 꽃이 피어난다.
그녀는 제법 신기한 듯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드물게 집중했다. 그것이 달가웠던 우구스이마루는 빙긋 웃었다.
"꽃을 더 넣을까?"
"음. 아냐. 그러면 못 마실 거 같은데."
"그럼 동하면 넣는 것으로."
"우구도 차를 잘 타네."
떠벌, 아니. 카센과는 다른 느낌으로. 그녀가 말을 정정하며 잔을 받았다. 뜨거운 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차는 좋아하는 편이다. 그녀는 얌전히 차를 식혔다. 꽃향기가 몸을 느른하게 만들어, 절로 눈이 감겼다.
"그대, 졸리구나."
"늘 잠이 모자라."
우구스이마루는 잠깐 생각하는 듯 하다 이내 제 무릎을 툭툭 두드렸다.
"빌려주리?"
"진짜?"
"진짜."
그녀는 찻잔을 놓고 냉큼 그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적당한 높이에 적당히 푹신하다. 그녀는 가물가물 감기는 눈을 억지로 막지 않으며 중얼거렸다.
"얼굴에 찻물 떨어트리면 화낸다.."
말이 끝나자마자 잠들어버리는 그녀의 모습에 그가 키득키득 웃었다. 문득 다실의 문 너머로 기척이 느껴지니, 이게 누군가. 츠루마루와 미카즈키가 부러움 가득한 얼굴로 우구스이마루를 보고 있었다. 손짓과 입모양으로 이리 오라 말하니, 안된단다. 무슨 일인가 싶어 그녀와 그들을 보니 알 것 같았다.
─ 오호라, 접근 금지령이로군.
그러니 적당히들 하지. 그런 속내를 웃음에 담아 그들에게 보인 후, 그는 승리의 만족감을 만끽했다. 오오카네히라에게 무어라 할 것도 없이, 호승심이란 건 어쩔 수 없다. 그 대상이 무어든 간에.
16. 폭풍전야(15.08.15)
여우의 코끝이 움찔거렸다. 여우는 벌떡 일어나 파트너의 옆구리를 코로 쿡쿡 찔렀다.
"나키기츠네, 나키기츠네!"
제법 비장한 어투에 나키기츠네는 긴장했다. 때가 왔구나. 그러나 평상심을 유지하며, 지나가던 카슈를 붙잡았다.
"응? 뭐야?"
"카슈 공! 내일 출진은 이 나키기츠네도 끼워주지 않겠소이까!"
"음? 뭐, 상관은 없지만. 갈래?"
"맡겨만 주시죠!"
먼저 말을 걸지 않던 그가 왜 먼저 말을 걸었는가. 카슈는 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