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니와] 전력 : 소나기
+) 야만바기리*여사니와 요소.
+) 퇴근때문에 늦게 시작해서 인제 올림.. 상습 지각범 예약요!(노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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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4
검사니 전력 : 소나기
아지랑이가 보일 정도로 찌는 여름이었다. 그녀는 바깥마루로 들치는 볕을 피해 안쪽에 드러누운 채였다. 손끝하나 옴짝하기 싫은 습도다. 에어컨을 틀까 하다가도 단도들을 떠올리면 썩 내키지 않았다. 그네들이 감기라도 걸려 앓는 것보단 낫다.
“주인.”
더위에 잠깐 졸다 깨길 반복하던 그녀 곁으로 야만바기리가 다가왔다. 그녀는 얼굴이 발갛게 익었으면서도 선풍기 하나 틀지 않고 여전히 누운 채였다. 야만바기리는 차게 적신 수건으로 그녀의 얼굴을 먼저 조심히 닦아내고, 다른 수건을 꺼내어 그녀의 목가에 대주었다. 효과가 있었는지, 그녀가 느릿느릿 눈을 떴다. 몽롱한 눈이 야만바기리를 향했다.
“포대기구나.”
“포대기가 아닙니다. 그보다 더운데 왜 이러고 있어.”
“그러게. 더우니까 이러는 거 아닐까.”
“허튼 소리.”
“그래도 그거 시원해서 좋네.”
“차라리 가볍게 씻고 산책이라도 하는 건 어때. 정원 쪽은 바람이 부는데.”
“으음, 그럼 뒤쪽 냇가에 멱이나 감을까.”
“무슨 여인이 부끄럼도 없이.”
“뭐 어때.”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야만바기리가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그녀가 손을 허공에 두어 번 흔들었다. 잡으라는 건가? 그가 떨떠름하게 그녀의 손을 마주잡았다. 생각보다, 그녀의 손은 아주 작았다. 야만바기리가 잠시 그런 감상에 빠졌을 무렵, 그녀는 늘어져있었던 것이 거짓말인양 훌떡 몸을 일으켰다.
“멱 감을 동안 네가 망 봐줘.”
“하아, 그러다 또 카센 카네사다나 소우자 사몬지에게 한소리 들어.”
“괜찮아. 흘리면 돼.”
“……….”
“내 옷이랑 챙겨와. 나 먼저 간다!”
“뭐, 잠!”
미지근해진 수건을 목에 둘둘 감은 채 후다닥 달려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야만바기리는 양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저런 것도 주인이라고…. 그럼에도 야만바기리는 착실하게 그녀의 옷과 수건을 챙기기 위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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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시원해. 이제 살겠네.”
냇가라고 칭하긴 하지만, 연못에 가까운 웅덩이였다. 수풀이 우거져 잘 보이지도 않는 곳을 어떻게 찾은 건지. 야만바기리는 수풀 두엇 너머에 앉은 채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제법 생생해져 있었으나, 후에 그녀를 말리지 못했다고 혼날 생각을 하니 한숨만 나왔다.
투욱.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야만바기리가 고개를 들었다. 바지 위로 동그랗게 번진 자국이 보였다. 비가 내릴 모양인가. 야만바기리는 혀를 차며 몸을 일으켰다.
“주인! 소나…….”
“엉?”
야만바기리가 쩡하니 굳었다. 그녀는 수건으로 막 몸을 닦던 참이었다. 야만바기리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무슨 여인이 옷을 모조리 벗고 멱을 감는지! 야만바기리가 당황을 감출 새 없이 굳어있을 때, 가죽을 꿰맬 때 쓰는 두꺼운 바늘같은 비가 후두두 떨어지기 시작했다. 천을 두른 곳조차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가 그럴진대 맨몸인 그녀는 얼마나 아플까.
“앗, 따거!”
아니나 다를까. 귀찮은 것과 아픈 것을 싫어하는 그녀다웠다. 그녀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야만바기리가 허둥거리며 제가 쓴 천을 벗어 그녀의 머리 위로 덮어씌웠다. 그가 몸을 가린 천과 함께 그녀를 통째로 안아 올렸다.
“악, 나 무거워! 내려놔!”
“감기 걸리는 것보단 낫잖아. 참아!”
버둥거리려는 그녀를 품에 단단히 안고 야만바기리는 수풀을 헤쳤다. 떨어지지 않으려 제 목을 안은 그녀의 체온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물론, 혼마루에 도착함과 동시에 멎어버린 소나기와 대기 중이던 하세베에게 단단히 걸린 야만바기리는 그와 강제로 대련을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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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런 날도 있었지.”
“……?”
“응, 그랬다고.”
그녀는 야만바기리가 제 머리에 씌운 천을 여미며 씩씩하게 걸었다. 반강제로 빼앗긴 탓에 소나기로 머리가 축축하게 젖었지만, 그녀가 젖은 것보단 낫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몰라도 즐거워 보이니 상관없다.
그녀와 처음으로 함께 하는 산책은 소나기로 엉망이었지만, 썩 나쁘지는 않다. 야만바기리는 그녀의 옆으로, 그녀의 보폭을 맞추어 천천히 걸었다.
“아, 비 그쳤네.”
쨍한 햇살이 덥다. 그럼에도 그녀는 손을 내밀었다. 야만바기리는 그녀의 손을 멀뚱히 보았다. 잡으라는 건가? 긴가민가하며 그녀의 손을 맞잡으니, 그녀가 정답이라는 듯 엷게 웃음 짓는다.
“들어가면 나 냉차 타와.”
“……….”
─ 잠시나마 예쁘다고 생각한 것은, 보류다.
야만바기리는 다른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