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니와] 전력 : 검비위사
+) 오늘도 포대기*여사니와 요소.
+) 제가 올리는 시간은 포기해주세요.......(양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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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07
검사니 전력 : 검비위사
“나도 갈래.”
그녀는 덤덤한 얼굴이었다. 출진을 앞두고 장비를 점검하던 남사들이 황망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하세베가 잘못 들었다는 듯, 무릎걸음으로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주군, 저희는 지금 소풍을 가는 것이 아닙니다.”
“응, 알아.”
“주군!”
“아, 뭐.”
하세베는 그녀의 대답에 소리를 빽 지르고야 말았다. 목숨보다 소중한 주군이라고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이이니 그럴 만도 했다. 제 몸 건사도 가끔은 힘들 때가 있는 곳이다. 그런 곳에 그녀를 데리고 가라니! 평소 그녀의 말이라면 대부분 들어주는 남사들이었지만, 이번만큼은 하세베의 말이 맞았다. 나들이처럼 가벼이 나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일례로, 그녀와 함께라면 밭일이라도 흥겨이 하는 카슈가 희게 질린 얼굴을 한다. 제 몸의 건사보다 그녀의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시키리마루 또한 미간을 찌푸릴 정도로 사안은 심각했다.
“내가 따라간다고 별 일 있겠어.”
“별 일은 예고하고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주군!”
“하하, 그대는 늘 우리를 놀라게 하는군. 그러나, 이번만큼은 헤시키리의 말이 옳아. 선물이라도 가져올 테니 얌전히 기다리거라.”
“갈 거야.”
“…이번에 가는 곳은 길이 험한 곳입니다. 어찌 그것을 감당하시려고.”
“보기보다 튼튼해. 괜찮아.”
의미 없는 공방이 반복될 뿐이었다.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알려주어도 데리고 갈 생각은 없다— 억지를 부리는 주인이라니. 출진시간은 다가오고, 출진하지 않는 남사들이 슬금슬금 방으로 모여들었다. 떼를 부리는 주인은 신기한 것이 아니었으나, 게으른 그녀가 그들을 따라가고 싶어 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다. 평소엔 배웅마저 귀찮다고 누워서 하던 그녀가 아닌가. 갈수록 험악해지는 분위기에 단도들은 잔뜩 움츠러들었다.
“별일이네. 주인, 움직이는 것 귀찮아했으면서.”
가만히 남사들과 그녀의 싸움을 보던 호타루마루가 툭하니 뱉었다. 따라가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닌, 그녀의 행동의 원인을 궁금해 하는 얼굴이었다.
“그냥. 그냥 가야할 거 같아.”
“그렇다면 이유가 있겠지.”
“닛카리!!”
구경꾼 중 하나이던 닛카리 아오에가 나섰다.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를 가벼이 감싸 안았다.
“다들 알겠지만, 그녀의 감은 무시하면 안 돼.”
“…그것은, 압니다만.”
이시키리마루는 닛카리의 말에 긍정하면서도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에도 그녀가 다친다면, 그것을 보는 이들의 마음은 어찌 되겠는가.
그리고, 그녀의 앞에서 누구 하나라도 부서진다면.
그 생각을 한 남사들은 자연히 야만바기리를 바라보았다. 뜬금없는 시선을 받은 야만바기리가 기묘한 얼굴로 그들을 마주 바라보았다.
“갈 거야. 그리 알아.”
묘한 고집 서린 얼굴로 그녀가 말했다. 답은 듣지 않겠단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 그녀 또한 야만바기리를 응시하고 있음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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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으로 점철되긴 하였으나, 무사히 수색을 마친 길이었다. 남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뒤돌아선 순간이었다. 하세베가 찌릿한 살기를 느끼고 숨을 들이켰다. 그와 동시에 쇼쿠타이키리가 소리를 내질렀다.
“적이다!”
“적은 어디냐!”
남사들보다 멀찍이 뒤에 서 있던 그녀가 소매에서 부채를 꺼내들어 펼쳤다. 소란한 와중에도 그 소리는 또렷하여, 당황한 남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냈다. 그녀는 펼친 부채로 입가를 가리며 속삭였다.
“역행진. 헤시키리 하세베, 진군. 카슈 키요미츠, 뒤를 잇는다. 코세츠 사몬지, 왼쪽을 방어한다. 쇼쿠타이키리 미츠타다, 위를 공격한다.”
주술처럼 매끄럽게 타고 흐르는 명령이 도검남사들을 지배했다. 평소보다 빠르고 강한 명령은 남사들의 망설임을 지우는가 싶었으나, 명령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적이 나타난 방향을 깨닫고 경악했다.
“검비위사…!”
역수자와 도검남사를 가리지 않는, 정체된 도륙자들. 그런 이들이 혼마루 주인인 그녀 바로 뒤에 나타났다. 남사들의 당황은 아주 짧은 시간을 헛되이 버렸다. 검비위사가 붉은 눈을 빛내며 검을 쳐들었다.
“—너구나.”
검비위사의 기척을 느낀 순간, 그녀는 뒤돌아서며 웃었다. 그리고 마치 누군가를 반기듯 양팔을 벌렸다.
“이리 온, 내 —.”
“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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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어엉, 주구우운….”
“아, 거 엄청 시끄럽네.”
“으허어어엉!!!!”
“아 쫌! 안 다쳤거든! 엉덩방아 좀 찧은 걸로 질질 짜지 마!”
“평소 아픈 건 쥐뿔도 못 참으시는 주군이!!! 엉덩방아를!!! 찧었는데!!! 제가!! 어떻게!!”
“미친놈아 그만해!”
애처럼 울어재끼는 하세베가 어지간히 꼴불견이었는지, 그녀는 베개를 냅다 휘둘렀다. 베개에 제대로 얻어맞은 하세베는 그 와중에도 그녀의 베개를 냅다 끌어안으며 줄행랑쳤다. 그녀는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검비위사를 맞닥트린 후의 일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난 후였고, 그녀는 뒤늦게 엉덩방아를 찧은 것이 전부였다. 하세베는 그런 그녀를 업고 남사들을 재촉하여 빠르게 귀환했다. 그리고 다른 남사들이 고개를 내저을 정도로 하세베는 울었다.
“미친 멍멍이 같으니.”
인기척이 났다. 그녀가 인상을 팍 구겼다. 동시에 야만바기리가 소반에 사발을 받친 채 방에 들어오다 몸을 움칫 굳혔다. 그녀는 찡그린 인상을 폈다.
“어, 포대기.”
“혹시 모르니 약은 먹어야 한다고, 야겐 토시로가.”
“아, 응. 이리와.”
야만바기리는 그녀가 말하는 대로 이불 곁에 가 앉았다. 그녀는 여전히 야만바기리에게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분명 야만바기리였지만, 어딘가 달랐다. 그럼에도 괜찮았다. 그는 여전히 그녀의 포대기였으니까.
“포대기, 손.”
“…? 손.”
아차. 반사적으로 손을 내민 야만바기리가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키득키득 웃으며 그의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선물.”
그걸 꼭 너에게 줘야할 것 같았어.
야만바기리는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보다가, 제 손에 쥐인 것을 내려 보았다. 그의 손 위에는 색 바랜 문장이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야만바기리 쿠니히로’의 문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