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검난무/트위터 단문

트위터 단문 모음

달月 2015. 8. 5. 02:00

- 달할배는 없지만 입덕을 할배로 했더니 첫 연성도 할배여따...

 

-숫자 옆은 임의로 적어둔 겁니다. 내용과 관계 나시. 트위터에서보다 내용 약간 더 붙었슴다..

 

-일단 정리는 연성순으로.

 

 

 

 

 

01. 달 할배(15.07.08)

 

뽀송하게 마른 수건을 갤 때였다.

 

복도 끝에서 사뿐사뿐한 걸음으로 아이마냥 소매를 펄럭이며 다가온다. 얼굴엔 햇살 같은 미소를 매단 그가 그녀에게 불쑥, 귀후비개를 내밀었다.

 

 

"아가, 내 귀 좀 파주련?"

 

"미카즈키 씨는 꼭 사람 바쁠 때."

 

"안되누?"

 

 

그녀는 미간을 찡그렸다. 이이는 저 이쁜 줄 너무 잘 알아서 문제다. 귓가로 흘러내린 잔머리를 귀뒤로 넘기며 그의 손에서 귀후비개를 집어들었다. 그리곤 제 무릎을 툭툭 쳤다. 미카즈키는 혹여 그녀의 마음이 변할새라 냉큼 그녀의 무릎 위로 누웠다.

 

 

"이런 건 혼자 해도 되잖아요."

 

"늙으면 손이 떨려 곤란하니 그러지."

 

"퍽이나."

 

 

퉁명스레 대꾸하면서도 그녀의 손은 조심스러웠다. 그녀의 무릎에 좋다고 누운 미카즈키는 눈을 감았다. 흐트러진 머리를 한 쪽으로 치우며 귀를 파내기 시작했다.

 

 

"아아, 좋구나, 좋아. 아가는 늘 상냥하게 귀를 잘 파줘서 좋구나."

 

"말 시키지 마요. 찌를 지도 모르니까."

 

"아하하, 거 무서운 말이구나."

 

"반대로 누워요."

 

 

시끄럽다는 듯, 그녀가 미카즈키의 어깨를 흔들었다. 그녀는 느릿느릿 몸을 돌려눕는 그가 새삼 노인네 같다 느꼈다.

 

 

"이거 하면 미카즈키 씨, 빨래 개어놓은 거 정리해줘요."

 

"노인네에게 일을 시키다니, 매정하누만."

 

"시끄러워요."

 

"아가는 참 매정두 하지."

 

"미카즈키 씨."

 

 

이크. 조금 심했나. 미카즈키가 내심 움츠렸다.

 

 

그녀의 낮아진 목소리를 들으면 아무리 나이 지긋한 검이라 해도 한 수 접을 수밖에 없다. 게으르니 뭐니 해도 그녀는 이 혼마루의 주인이었으니까.

 

 

"귀 다 팠어요."

 

"으응?"

 

"이제 저 일할 거니까 저리 가서 놀아요. 원정 간 츠루 씨들 올 때 됐으니까."

 

 

평안하게 쫓아내는 목소리.

 

차라리 일을 시키는 핑계가 나을 법 했다. 그러나 이젠 정말 바쁘단 듯 개켜놓은 빨래를 들고 총총 혼마루 안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이 참으로 아쉬웠다. 미카즈키는 한참이나 제 손에 들린 귀후비개를 보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가가 덜 바쁘게 내가 츠루 녀석을 맞아야겠구만."

 

 

덤으로 치료도 내가 해주어야지. 아가는 상냥해서 바빠도 노인네들의 어리광도 잘 들어주니까.

 

미카즈키는 햇살 같은 얼굴로 소맷자락을 팔랑팔랑 흔들며 마루 저편으로 걸어나갔다.

 

 

 

02.학 삽질(15.07.09)

 

곁눈으로 스치는 하얀 옷자락. 그러나 모르는 척 했다. 기죽은 사람을 상대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그녀는 모르는 척 삶은 풋콩을 까기 시작했다. 모르는 척 했더니 발소리도 없이 근처까지 온다. 아는 척 하지 않으면 알아달라고 어리광 부리는 주제에.

 

 

"..그대, 왜 날 마중하지 않았어."

 

"바쁘니까요. 츠루 씨도 제가 나가는 거 별로 안 좋아하시고."

 

"어찌 그래. 사니와인 그대가 우릴 신경쓰지 않으면 누가 신경 써."

 

 

후우. 그녀가 풋콩을 까던 손을 멈추었다

 

 

"정말, 바쁜 날일수록 사람 치근대는 것에 능력 있네요."

 

 

짜증은 없다. 그럼에도 츠루는 내심 속이 쪼그라드는 기분이 들었다. 싸늘한 것도, 따스한 것도 아닌 시선은 그렇게 원하던 것임에도 어딘가 늘 부족하다.

 

내 표현은, 그대. 알아주지 않아? 내 마음을?

 

하얀 속눈썹이 시무룩하게 내려앉는다.

 

 

"정말이지, 어리광을 부리려면 제대로나 부리던가."

 

 

그녀는 결국 풋콩이 담긴 그릇을 뒤로 밀어버렸다.

 

 

"츠루 씨, 이리 와요."

 

 

그녀가 그에게 손을 뻗었다

 

츠루는 망설였다. 잡아도 되나?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그의 옷자락을 잡아 끌었다. 그리곤 강제로 제 옆에 끌어앉힌 츠루의 머리를 토닥였다.

 

 

"그럴 땐 마중 안나와서 섭섭했다고 하는 거에요. 챙겨주지 않는다고 땡깡말고."

 

"땡깡이라니, 그대, 나를 뭘로 보고."

 

"손 많이 가는 노친네 2요."

 

"노, 노친네..."

 

"그거 알아요? 미카즈키 씨나 츠루 씨나 사람 참 귀찮게 해요."

 

 

그녀의 말에 츠루는 다시 한 번 눈을 내리깔았다.

 

의기소침한 모습에도 그녀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주제에 신경 쓰지 말라고나 하고. 무슨 사춘기에요? 나이 들었으면 관심 마다 말고 그냥 받으라구요. 관심 안 준다고 그러고 있지 말고."

 

"나, 난 관심 때문에 그런 것이."

 

"퍽이나."

 

 

신랄하기까지 한 그녀의 말투에는 공경따위는 없었다. 그러나 그의 머리를 쉬지 않고 다독이는 손길은 따뜻했다. 츠루는 말 없이 눈을 감았다. 그의 흰 속눈썹은 더이상 무겁지 않았다.

 

 

 

03.할배즈(15.07.09)

 

"있잖누, 츠루."

 

"왜."

 

"아가 말이지, 참으로 귀엽지 않누."

 

"그이말인가."

 

"하믄."

 

 

미카즈키가 소매를 흔들었다. 저런 모습을 그녀가 귀엽다 귀엽다 하니 습관이 들은 모양이었다. 저 주책바가지. 츠루는 비스듬히 턱을 괴며 악우를 응시했다. 비슷한 시기를 살아왔으나 다른 악우. 그의 한심한 모습을 보며 츠루는 고개를 흔들었다. 말을 말자.

 

 

"앗, 방금 이쪽을 본듯하이."

 

"그럴리가."

 

 

한 번 일에 꽂히면 한눈도 팔지 않는 그녀가 퍽이나. 츠루가 심드렁하니 눈을 감았다. 자박자박, 작은 발소리가 들리나 싶었더니 그의 머리를 제법 부드럽게 쓸어올리는 손길이 있다. 츠루는 정말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언제 다가온건지 그녀가 옆구리에 바구니를 낀 채 그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츠루 씨, 졸리면 안에서 자요."

 

"..그, 그대."

 

"아가, 아가. 급한 일은 끝났누?"

 

"어느 정도는요. 원정 나간 애들도 올 때가 된 거 같은데.. 그보다 미카즈키 씨. 어디서 이마를 박아 온 거에요."

 

 

혹 나겠네. 혀를 차며 미카즈키의 이마를 매만지는 그녀의 손길은 부드러웠다. 부럽다. 츠루는 막연히 그리 생각하다 퍼뜩 고개를 흔들었다. 말도 안되는.

 

 

"졸린 건 참지 않아도 되는데."

 

 

그녀의 손이 츠루의 머리를 도닥였다. 매번 노친네라 하면서 취급은 애처럼 한다. 츠루의 볼이 심술로 약간 부풀었다.

 

 

"그대, 매번 노친네라 하면서 정작 취급은 애처럼 두어."

 

"원래 사내는 크나 작으나 애라고들 하니까요. 그리고 싫어도 거부권 없어요. 전 두분의 머리카락 만지는 게 좋거든요."

 

 

우리 왔수-! 저 멀리 소리가 와글거린다.

 

 

"원정간 애들이 온 모양이네. 저도 가볼게요."

 

 

그녀는 혼마루를 건너 복도 끝으로 총총 사라졌다. 츠루는 벌개진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미카즈키."

 

"하하, 아가는 참으로 적극적이라 우리 얼굴을 못 들게 하는구만."

 

 

미카즈키는 발간 귀를 숨길 생각도 않고 소매를 팔랑팔랑 흔들었다.

 

 

"좋구나, 좋아. 그래두 제일 관심 많이 받는 위치란 좋은 게야."

 

"네놈은 참으로 편하구나.."

 

 

혼마루의 햇살은 따뜻하다. 늘 그렇듯.

 

 

 

04. 코우세츠 온 날(15.07.22)

 

그녀는 더위에 강한 편이었다. 그러나 습도엔 약했다. 피부에 감기는 천이 불쾌해 소매를 끈으로 동여맸음에도 거치적거렸다. 츠루마루는 그녀의 기분이 풀릴까 하여 돌아오는 길에 잡은 개구리를 꺼냈다가 그 개구리로 얼굴을 얻어맞았다. 츠루는 매정하다 훌쩍였으나 그녀는 꼼짝도 안 했다. 그 분위기는 마치 설화 속 유키온나와 닮아, 넉살 좋은 미다레조차 그녀 곁에 얼씬도 못했다. 분위기 파악을 하라며 호타루가 츠루마루를 끌어내지 않았다면 더 큰 사고를 봤으리라.

 

겉으로는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것처럼 보여도 목덜미가 희게 반짝인다. 저이가 땀을 흘릴 정도면 정말 견디기 힘들테다. 호타루는 여즉 분위기 파악 못하는 츠루마루의 등을 떠밀었다.

 

 

반딧불아, 저이가 어찌나 매정하니. 

 

매정한 건 그녀가 아니라 당신이야.

 

 

호타루는 제법 매섭게 대꾸하며 그의 등을 밀었다. 그럴 시간 있으면 한 자루라도 더 찾아오는 게 그녀를 돕는 일이야. 츠루마루는 툴툴대면서도 호타루의 성화에 못이겨 어기적 걸어나갔다.

 

 

>

 

 

─덥다.

 

 

속 깊은 호타루가 떼쟁이 노친네를 데리고 간 덕분에 괜한 울화는 가라앉았다. 그러나 개구리를 던진 건 미안하여, 그녀는 부러 만든 우물에 큰 수박을 던져두었다. 다녀온 그들을 맞이하며 잘라주어야겠다.

 

저가 매섭게 굴긴 했는지, 저 멀리 꼬물거리는 아이들 중 야겐조차 쭈삣거린다. 이리 오라 손짓하니 우르르 몰려들며 내번을 다 했다고 폴짝거리는 모습이 귀엽다. 흐뭇한 마음에 무얼 해주련? 물으니 등목을 시켜달란다.

 

그네들은 불편과 통각은 느낄지언정 더위나 추위에 흔들리진 않는다. 그러니 저를 위해 권하는 것일테다. 그래, 냇가에 가자. 허락이 떨어지니 우르르 흩어져 금세 각자 수건을 들고 모인다. 그 모습에 더위가 한결 가신 기분이었다.

 

 

>

 

 

왜 츠루씨는 주인을 항상 귀찮게 해서 굳이 미움을 사? 카슈가 덜렁거리는 옷단추를 툭 떼며 물었다. 흙먼지 거뭇하게 묻은 소매를 흔들며, 츠루가 손사래를 쳤다. 난 그런 적 없는데. 카슈를 비롯한 그네들의 표정이 묘하게 물든다.

 

그럼 왜 굳이 그런 행동을 합니까?

 

쇼쿠타이가 되물었다. 츠루는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기울였다. 자연스러운 거라, 나도 잘. 그러고보니 왜지. 혼잣말까지 중얼거리는 츠루마루를 보며 그들은 침묵했다.

 

늦었어. 서두르지 않으면 식사에 늦을 거야.

 

호타루가 품에 안은 것을 고쳐안으며 타박했다.

 

 

그녀의 음식은 참 맛있지.

 

 

츠루마루가 웃었다. 그네들은 걸음을 조금 빠르게 했다. 돌아갈 곳이 있단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다.

 

>

 

 

해가 지니 제법 선선하여 기분도 나아졌다. 가벼운 물놀이 후 유카타로 갈아입으니 어린 단도들이 눈을 가리고 든다. 홑겹이라며 도망가는 아이들을 보니 기가 막히다. 저런 걸 보면 세대 차이가 느껴지는 것도 같고.

 

 

(밥통같이 썰 복사하다 한 부분삭제함...ㅠㅠㅠㅠㅠ)

 

 

다행히 그가 내민 것은 매미나 미꾸라지 같은 것이 아닌, 한 다발 해바라기였다.

 

다발로 만드느라 고생 좀 했지. 뿌듯하게 웃는 걸 보니 노친네가 저거 만든다고 늦었나 싶어 뒤를 보니 정답인 듯 했다. 야만바기리가 고개를 저었다. 이 노친네, 언제 철들까.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전에, 이것을.

 

 

호타루가 내민 검을 받아들었다. 능력은 지녔으나 칼에 무지한 그녀로는 그들의 현신하기 전 모습을 알아봐주지 못하는 것이 못내 미안했다. 비록 표현은 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늘 지니는 증표를 꺼내어 검에 대었다.

 

 

검은 뽑기 전에 휘두르지 않음이 중요하지요.

 

 

단정한 목소리는 더위를 한결 가시게 하는 기분이었다. 큰 키에 겹겹이 두른 가사옷. 물빛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사내였다.

 

 

네 이름은?

 

 

그녀는 늘 검들의 이름을 직접 물었다. 아름다운 긴 머리칼의 사내는 조용히 읊조렸다.

 

 

코세츠 사몬지.

 

 

사내는 물끄러미 저보다 한참 작은 사니와를 내려보았다. 그녀는 당연하게 그를 올려보며 여상히 말했다. 어서와, 코세츠. 그는 저를 특별하게도, 그렇다고 배척하지도 않는 그녀의 덤덤함이 마음에 들었다.

 

 

잘 부탁합니다.

 

 

그녀는 가만히 코세츠를 응시했다. 청량한 느낌이네. 살갑게 마주 웃어주지는 않았어도 저를 향해 슬그머니 손을 내미는 사니와는 나쁘지 않다. 코세츠는 정중히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의 혼마루에 올랐다. 좋은 여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