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검난무/그 외
음주리퀘 02
달月
2015. 9. 22. 02:22
- 야만바기리*미카즈키 요소.
- 음주리퀘. 퀄 없음22
- 파스텔님(@dusvkfkd159)
- 2015.09.23
02. 만바미카
봄비였다. 봄비는 꽤 가물던 정원을 내내 촉촉하게 적셨다. 야만바기리는 약간 눅눅해진 빨래를 안은 채 툇마루를 지나가던 길이었다.
생기어린 정원 수풀 사이로 비치는 선명한 하얀색. 야만바기리는 잠시 눈가를 찌푸렸다. 그는 주의력 없는 남사들 발에 채이지 않도록 빨래를 가까운 방에 잘 놓아두었다. 댓돌 위 신발을 대강 구겨 신은 채 성큼성큼 걸었다.
그는 늘 비가 오면 수풀 사이에 우두커니 서 있곤 했다. 축축하게 늘어진 소맷자락을 당기면, 그제야 초승달 어린 눈을 돌리곤 했다. 매번 나가쥬반만 입은 채 나와 있음에도 어디 한 구석 아픈 곳 없는 것이 용했다.
─ 말없이 비를 맞는 처량한 천하오검이라니.
그럼에도 야만바기리는 말없이, 미카즈키를 발견할 때마다 그의 소맷자락을 가만히 당기곤 했다. 육체는 비로 축축하게 젖었음에도 시선은 메마르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소매를 당기면 거짓말처럼 아름답게 미소 지었다.
야만바기리는 평소와 달리 미소 짓는 미카즈키를 잡아끌지 않았다. 제 몸을 둘러싼 천을 그의 머리에 덮어 씌워, 꼼꼼하게 여며주었다. 의아하게 내려다보는 시선도 아랑곳 않고, 야만바기리는 제 할 일을 꿋꿋하게 마쳤다. 그리고 미카즈키를 올려보았다.
"이것이 달을 가릴 구름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