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검난무/검*사니

[우구사니]

달月 2016. 3. 11. 02:23

+)16.03.08. 제게도 봄새가 날아오셨습니다!

 

+)할배 사랑해8ㅅ8...

 

+)봇주님 부디 살아계신 동안 많이 버세요....

 

 

>

 

 

계절은 바뀐다.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때문에 늘 소리 소문 없이, 문득 깨닫는다. 우구이스마루 또한 그러했다. 그가 혼마루에 스며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녀의 눈썰미는 좋았으나 매칭능력은 현저히 부족했다. 물론 관심이 조금 부족한 면모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늘 남사들의 이름과 얼굴을 매치하는 것에 곤란해 하곤 했다.

 

물론, 그녀가 곤란해 하는 점은 따로 있었다.

 

 

“할배, 언제까지 안고 있을 셈이야?”

 

“조금 더.”

 

“무겁다니까?”

 

“전혀.”

 

“나보다 할배가 더 가볍다니까? 그러니까 할배가 내 무릎에 앉는 게 맞다고.”

 

“농담은. 주인은 무겁지 않아.”

 

“안경이라도 맞춰줄까?”

 

“내 눈은 멀쩡해. 그리 신경 쓸 필요 없대도.”

 

“어떻게 신경을 안 써.”

 

“호오?”

 

 

우구이스마루는 그녀의 말에 눈매를 접어 웃었다. 몇 번 안 되는 경험상, 저 눈웃음이 나오면 제게 불리해진다. 그녀는 오싹하게 등을 오르는 느낌에 팔을 문질렀다. 우구이스마루는 품에 안은 그녀의 정수리에 턱을 얹으며 후후 웃었다.

 

 

“주인이 신경 쓴다는 것은, 내가 이성으로 보인다는 뜻이로구나.”

 

“아 나, 이 할배가 진짜.”

 

“여인이 몸가짐에 신경 쓴다는 건 상대에게 밉보이기 싫다는 뜻이지? 주인이 그렇다는 것은 나에게 꽤 기분 좋은 일이야.”

 

“미친 헤이안….”

 

 

그녀가 얼굴을 감싸며 중얼거렸다. 미카즈키에게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했더니, 우구이스마루는 그보다 더 했다. 사람을 민망하게 만드는 재주가 뛰어난 모양이었다. 헤이안 시대의 검들은.

 

그녀의 허리에 감긴 팔 힘이 조금 더 강해졌다. 그녀의 팔보다 가늘어보여도 힘은 확실했다. 그럼에도 제 질량이 그에게 부담이 가지 않는가 묻는다면, 망설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벗어날 수 없는 이유는 분명, 우구이스마루의 체온 탓이다.

 

유독 추위에 약한 그녀는 따뜻한 것을 좋아했다. 우구이스마루는 봄을 알리는 새답게도, 품에 앉아있으면 제법 따뜻했다. 때문에 그녀는 우구이스마루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아 무릎에 앉혀도 크게 반항다운 반항을 하지 못했다. 늘, 이렇듯 의미 없을 말투정이 오갈 뿐이다.

 

 

“곧 봄이구나.”

 

“날만 풀려봐. 내가 이러고 있는가.”

 

“하하, 그땐 또 그때 보아야지.”

 

“보긴 뭘 봐요, 할배.”

 

“의외로, 네가 맴돌지도 모르지. 새의 온기는 쉬이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녀는 재차 오싹하게 오르는 감각에 마른 침을 삼켰다. 오래된 검의 말은 예지에 가까운 단호함이 깃든 것 같았다.

 

“주인.”

 

“응?”

 

“차가 마시고 싶구나.”

 

“어련하시겠어요. 놔 줘야 준비하지.”

 

“음. 그럼 나중에.”

 

“아, 그러니까 나중에 언제!”

 

“조금 있다가.”

 

“내 팔자야.”

 

 

오늘도 봄새와의 공방은 끝을 보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온몸에 힘을 빼고 우구이스마루의 품에 기댔다.

 

 

“음?”

 

“무릎 저려도 몰라요.”

 

“환영이란다.”

 

“미친 헤이안.”

 

 

자연히 스며든 휘파람새와 휘파람새가 품은 둥지 하나는 오늘도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