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검난무/트위터 단문

트위터 단문모음 3

달月 2015. 8. 8. 02:19

+) 도중에 약간의 수위 있습니다. 또라이는 사랑입니다.

 

+) 연성이 많은 것도 아닌데 방문자가 많은 걸 보니 무섭다. 스게한 파랑새...

 

+) 트위터보다 약간 덧붙임 있음.

 

 

>

 

 

 

08. 이시키리마루(15.08.05)

 

 

기실 이시키리마루는 그리 살가운 편이 아니었다. 평생을 공양받으며 영적인 기운을 베는, 이른바 신검인 그는 누군가를 대할 때 그저 빙긋이 웃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이유 모르게 특별하다.

 

그것이 그가 일방적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해도, 그러했다.

 

세상에 현신하여 내려오는 그를 멀거니 저를 올려보는 눈빛엔 공경이나 경애, 탐욕따위는 전혀 없었다. 신검으로써 받아왔던 모든 것들이 그녀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 이시키리마루는 받들어야 할 신검은 아니었다. 그저, 식구가 늘어났을 뿐. 단지 그것뿐인 의미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내심 만족스러움을 깨달았다. 동시에 츠루마루 또한 그러할지도 모른단 막연한 깨달음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녀와 지나치게 가까워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언제나 시야에 들되, 일정 이상 가깝지 않을 거리.

 

생각 외로, 그것을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힘들었다. 간혹 그녀 곁에 어른거리는 사령들을 쫓는 것에만 신경이 쓰여 무심코 검을 휘두르곤 했더니, 그녀는 도리어 이상한 것을 보는 눈으로 그를 보았다. 오랜 시간을 살아왔으메, 맹세코 그런 시선은 처음 받아보았다.

 

그녀의 영감은 강했으나 눈은 열리지 않았다. 무엇이 그르고 옳은지 판단하지 못함에도 그녀는 용케 큰 위험들을 피해가곤 했다. 이시키리마루는 그녀의 판단을 흐리는 검은 사령들을 간간 그녀를 격려하는 척 털어내곤 했다. 뭐, 그녀의 미심쩍은 시선도 시선이었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그러던 중, 이시키리마루는 거리를 둔다고는 했으나 이리 되면 거리를 두어도 소용없음을 깨달았다.

 

마루에 기력 없이 누워 다과를 깨작거리는 그녀는, 오랜 세월 지내온 이시키리마루의 미적 기준에 썩 맞는 편이었다. 본디 귀중한 아가씨란 움직이지 않는 것이 미덕이지 않았는가. 그런 면에서 그녀는 참으로 우아했다. 자리에 하루종일 누운 것만 뺀다면야.

 

야겐이나 야만바기리는 그저 주인은 게을러터졌을 뿐이라며 고개를 내저었지만, 그래도 그녀가 마음에 들잖느냐 묻는다면 다들 멋쩍게 고개를 끄덕거린다. 결국 똑같은 마음인 것이다. 그는 소매로 입가를 가린 채 웃었다.

 

 

"돌땡아."

 

"네, 주인."

 

"흠.."

 

"하명이라도?"

 

"아냐. 나 차 한 잔만 타줄래."

 

"저는 말차을 주로 마십니다만."

 

"차갑게만 해줘."

 

"분부받듭니다."

 

 

혼마루가 보이는 내실에 기어와 널브러진 그녀를 보며, 이시키리마루는 소매로 입가를 가린 채 웃었다.

 

이런 삶도 나쁘지만은 않군요.

 

 

 

 

09. 또라이 1(15.08.05)  :  미카즈키

 

※ 약간 수위 표현 있음

 

 

 

몸이 무겁고 밑이 간지러웠다. 미적지근한 둔통이 거슬려 눈을 뜨니, 무엇보다 곱다는 것의 얼굴이 상냥한 웃음을 짓는다.

 

 

"아가, 일어났누?"

 

 

그녀는 제 앞섶이 풀려있음을 보았고, 갑주를 풀고 의복을 걸쳤을 뿐인 그가 제 위에 있음을 보았다. 멍한 머리로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래가 거슬린다 했더니 거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은가.

 

 

"아가, 미간에 주름지면 예쁘지 않잖누."

 

"미친.. 노친네, 노망 났어요?"

 

"노망이라니. 난 정상이란다, 아가."

 

"그럼 내가 왜 이 꼬라지인데."

 

"거야, 아가가 너무 좋아서. 응, 그래서 내가 이리 데려왔지."

 

 

천진하게 웃는 사내는 분명 고왔으나, 그녀는 사정없이 얼굴을 구겼다.

 

이 미친 노친네가.

 

 

"미칠 거면 혼자 미치지?"

 

"아하하, 아가가 이리 짜증내는 모습도 사랑스럽구나. 좋구나, 좋아."

 

 

손뼉까지 쳐가며 천진하게 웃는 모습은 절세 가인이었으나, 그녀는 일단 그를 제 위에서 치우고 싶었다. 해서, 온몸을 뒤틀며 눌리지 않은 다리로 그를 걷어찼다. 사람의 생존 본능은 참으로 뛰어난 것이라 제법 민첩하게 그의 얼굴을 걷어차냈다. 그것도 아주 훌륭히. 또라이는 존중해줄 이유가 없다. 옆으로 풀썩 넘어간 정도지만 안에서 쑥 빠진 느낌으로 일단 만족하기로 했다.

 

열렸다는 감각 사이로 그날처럼 질질 흐르는 무언가는 등골을 오싹하게 울렸다. 욕이 절로 튀어나온다. 관자놀이를 정확히 때린 것 같았는데 금세 부스스 일어난다.

 

그녀가 불만족스럽게 이를 갈았다. 저 노친네를 어떻게 메치지.

 

터진 입가를 혀로 핥는 걸 보니, 이미 저건 맛이 갔다. 그녀의 눈이 차게 가라앉음에도 미카즈키는 요염하게 웃었다. 저 이쁜 줄 아는 것들은 다 정신교육을 시켜야해. 그녀가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아가, 어떠누?"

 

"뭐가요, 미친 노인네야."

 

 

미카즈키는 검지를 세우며 자신을 가리켰다가,

 

 

"신의."

 

 

그 끝이 다시 자신을 향한다. 정확히는 다리 사이를.

 

 

"씨앗을 품은 기분은."

 

 

확인사살을 당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확인당하니 기분나빴다.

 

 

"핫핫, 좋구나, 좋아. 아가에게 신의 종자를 가득 선물해주마. 응? 아가의 아가라면 내 친히 안고 어를 수 있단다."

 

 

미카즈키가 그녀의 위로 다시 타고 올랐다. 어이가 없어 넋을 놓은 그녀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가, 신의 아이를 낳아보지 않으련?"

 

 

달을 품은 눈동자가 요사스레 휘었다. 무어라 하든, 그녀는 달의 품에서 벗어날 순 없을 것이었다. 모든 것이 어찌 된다 하여도.

 

 

 

 

10. 또라이 2(15.08.06)  :  호타루마루

 

 

 

"이상하네."

 

 

그녀가 고개를 기울였다. 이해할 수 없었다. 최근 들어 검들이 깨지는 횟수가 늘었다. 처음은 별 거 아니라 여겼는데 갈수록 횟수가 느니 이상할 수밖에 없다. 까맣게 죽은 쇳조각을 하나하나 품에 안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현신이라도 시켜줄 걸 그랬다. 본인이 얼굴을 기억 못하니 처음 오는 아이들만 현신시켜준 탓에 나머지 아이들은 이제나 저제나 검 속에서 기다리기만 하다가 이렇게 부서져버렸다.

 

안타까운 마음에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라, 주인?"

 

 

거기서 뭐해? 자신보다 큰 검을 등에 멘 호타루마루가 쪼르르 달려왔다. 그녀는 검조각을 줍다가 제 팔에 매달리는 호타루마루를 보았다.

 

 

"아, 호타루."

 

"뭘 치워? 윽, 뭐야."

 

 

검이 산산이 부서진 모양을 보더니 호타루마루는 질겁했다. 본체인 검이 산산히 부서진 광경은, 아마 사람으로 치면 조각난 시체와 같지 않을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 그녀가 호타루마루의 눈을 가려주었다.

 

 

"보기 힘들테니 저리 가있어. 내가 치울게."

 

"아냐, 내가 할게."

 

 

호타루. 그녀가 불렀음에도 호타루는 말가니 웃어보였다.

 

 

"내 형제들이잖아. 그리고 주인이 치우다 다치는 것보단 내가 더 튼튼하고."

 

"그래도."

 

"평소엔 느릿하면서 이럴 때만 그러더라, 주인은."

 

"미안하니까 그렇지."

 

"미안하면 나 간식 챙겨줘."

 

 

드물게 고집을 부리는 그를 보며 그녀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치우고 혼마루로 와."

 

"네엥."

 

 

호타루는 그녀를 배웅하며 발랄하게 손을 흔들었다. 그녀가 뒤를 자꾸만 흘끔거리며 보관실에서 나가고, 그의 기감에서 완전히 벗어났을 때. 호타루마루는 말갛게 웃었다. 그 미소는 싸늘하다 못해 차가워서, 늘 다정한 새싹같은 눈동자는 일순 유리알처럼 반들거리기까지 했다.

 

 

"주인의 관심이 아직 현신도 못한 너희들에게 가는 건 사양이야."

 

 

호타루마루는 가지런이 진열된 검들 두셋을 더 꺼내어 웃었다. 그의 눈이 살기로 번득, 빛을 품었다.

 

 

"주인이 둔해서 참 다행이지."

 

 

─ 너희들이 이 혼마루에 온 게 잘못인 거야. 안녕, 형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