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검난무/검*사니 전력

[검*사니와] 전력 : 인연

달月 2017. 2. 13. 08:29

+) 와.. 검사니 전력 1년 넘게 안 썼네요....?(대체)

 

+) 사이드 카슈(+이시사니)/사이드 포대기(+타로사니)로 두 가지입니다. 원하시는 부분을 읽어주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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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12

검사니 전력:인연

 

 

 

“인연 맺는 부적?”

 

“그래. 너도 어느 정도 나이가 찼잖니. 요게 그렇게도 효험이 좋다더구나.”

 

“매년 질리지도 않고 주면서 효험은 무슨.”

 

“얘는? 그리고 얘. 대체 어디에 취직해서 월급은 많고 숙식 해결이라는 거야. 그런 곳은 보통 험하거나 사기 아냐? 서, 설마 몸 파는 클럽이나 그런 곳은 아니지? 그렇지?”

 

“별 소릴 다 해. 그런 말만 할 거면 갈게.”

 

“세상에. 생각해보니 그래. 뜬금없이 구직활동도 안 했던 애가 취직을 했다질 않나, 숙식 제공이라며 훌쩍 가더니 연락도 안 되질 않나! 너, 거기 제대로 된 곳 맞긴 해?”

 

“아, 진짜. 돈 꼬박꼬박 들어가는데 뭐가 문제야.”

 

“얘가 진짜? 너, 거기 올바른 곳 아니지. 그렇지!”

 

“아 쫌!”

 

“쫌은 무슨 쫌! 안 되겠다. 너, 그 직장 그만둬. 그만 두고 선 보러 다녀. 시집 갈 나이 되었으니 너 보냈던 돈 모으면 충분하니까, 어서 사직서 내고. 아니다, 내가 그쪽 사장이랑 만나서….”

 

“내가 애야?! 하다하다 별 괴상한 소리나 하고. 원하는 대로 취직하고 독립하고 손 안 벌리는데 또 뭐가 문제야?”

 

“야! 엄마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이게 돈 번다고 건방이나 떨고! 엄마가 너 그렇게 키웠어?”

 

“아, 씨….”

 

“씨? 씨이? 이게 진짜 보자보자하니까! 너 집에서 나갈 생각 꿈에도 하지 마! 직장 연락처 내놓고!”

 

“미쳤어? 나 안 그만둬! 이런 꼴 보기 싫어서 나갔더니 왜 또 난리야?”

 

“이 년이 미쳤나!”

 

“미친 년 한두 번 봤어? 나 갈 거라니까!”

 

“야!!”

 

 

그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더는 못 참았다. 갈 곳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저런 말을 들으면서까지 있을 이유도 없었다. 이래서 오기 싫었는데. 들고 온 짐은 별 거 없었으니 주머니에 든 지갑만 있으면 어딜 가도 상관없었다. 적당히 시간을 때운 후 혼마루로 돌아가면 되니까. 다만, 예상치 못한 일이 한 번쯤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오산이었다. 그리고 그 오산은 험악한 얼굴로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바닥에 내팽개쳤다. 악 소리도 못 내고 넘어진 그녀의 머리채를 억센 손이 다시 휘어잡았다.

 

 

“미친 년! 돌은 년!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엄마한테 말본새하며! 응! 니가 그렇게 잘났어? 니가 혼자 그렇게 잘나게 컸어!”

 

 

손톱에 긁혔는지 머리채를 잡아 뽑을 것 같은 힘 탓인지, 어찌 되었든 머리가 아팠다. 아팠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밀치고 싶었다. 어미가 구구절절 늘어놓는 과거의 상처 같은 건 귀에 딱지가 앉을 것 같다. 무얼 말하고 싶은지는 안다. 그러나 그 상처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마음대로 되어주지 않는다고 행동이 정당화되진 않는다. 혼마루로 나가기 전까지 받아주었으면 되었지 얼마나 더 말아먹으라고. 그녀는 어미가 흔드는 대로 흔들리며 생각했다. 실컷 흔들다 기운 빠지면 머리가 산발이어도 바로 뛰쳐나가야겠다고. 어쨌든 혼마루에 오매불망 저를 기다리는 그들이 있지 않은가. 평소엔 귀찮아 죽겠던 그들인데, 어쩐지 웃음이 났다.

 

 

“웃어? 웃어? 네 년도 어미가 우습지! 그렇지!”

 

 

지치지도 않고 흔드네. 슬슬 시야가 뱅뱅 돈다 생각될 즈음이었다. 머리에 엉킨 악력이 약해졌고, 그녀는 어미의 손을 쳐내려고 했다. 분명 그랬을 터인데.

 

왜 눈이 흐려지지. 감기는 눈꺼풀을 이겨본 적 없던 그녀는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

 

 

“옘병.”

 

 

혼마루에 돌아가기로 했던 날이 언제였더라. 손으로 대강 셈해보았지만 감이 안 잡힌다. 분명 밤중에 집을 박차고 나오려 했는데 계획이 어그러졌다. 여사님에게 머리채를 잡혀 흔들리는 바람에 신발장에 머리를 박고 기절한 것이다. 평생 기절이라곤 해본 적 없다가 하필 그 순간에 기절이라니. 그녀는 벽에 머리를 쿵쿵 박았다. 콘노스케나 정부쪽에 연락을 취하고 싶었으나 개인 발신기는 안 가져왔다. 집을 나온 지 오래라 개인 컴퓨터는 혼마루에 진작 옮겼다. 연락할 방법이 없다. 그녀가 머리를 싸맸다. 현재 상황은 정말 옘병이었다.

 

 

“어떻게 빠져나가지….”

 

 

아무리 탈출방도를 생각해 보아도 떠오르지 않는다. 방은 2층이고, 현관으로 나가려면 안방을 지나가야 한다. 안방 앞은 바닥이 낡았는지 삐걱거리는 소리가 제법 크다. 여즉 수리를 안 한 탓에 밤에 몰래 나가려 해도 소리를 죽일 수가 없다.

 

그녀의 눈이 반쯤 체념으로 일그러졌다.

 

 

“나갈 방도가 없어.”

 

 

사실 사전 연락 없이 장기 미연락일 경우 콘노스케가 알아서 찾아오기야 하겠지만, 하루라도 있기 싫었다. 하지만 별 방도가 없으니 적당히 선 자리에 나가 상대를 걷어차며 시간을 죽이는 쪽이 나을 듯 했다. 한 번 정한 이상 지지부진 고민할 이유도 없다. 그녀는 편하게 드러누웠다. 혼마루에서 집을 지키는 그들이 조금 걱정이긴 했지만, 별 일이야 있겠나.

 

상대를 어떻게 엿 먹일까. 그녀는 제법 유쾌한 상상을 하며 킬킬 웃었다. 혼마루 남사들이 보았다면 조금 진저리쳤을, 무언가를 꾸미는 웃음이었다.

 

 

>

 

 

졸려 죽겠네. 그녀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아침부터 샤워하고, 미용실로 가 머리와 화장을 당했다. 그도 모자라 기모노를 입히는데, 늘상 편한 옷만 입다가 입으니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지금 시대에 무슨 기모노를 입고 선을 본대? 하지만 불평은 속으로 꾹꾹 눌러삼켰다. 얌전한 척 선을 본 후, 남자를 돌려보내고 탈출한다. 대의를 위해 그녀는 잔소리 같은 정보를 한 귀로 흘려버렸다. 결혼할 생각 없다고 했더니 무적 뭐시기로 애초에 선 자리를 봐 둔 모양이었다.

 

머리를 바짝 올려 장식하고, 평소 입을 일 없던 기모노에 화장은 참으로 낯설고 답답했다. 아, 집에 가고 싶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누구 하나 붙잡고 투덜거리고 싶다. 분명 기겁을 할 테지. 평소 투덜대는 일 없던 사람이니까. 그런 생각만으로 제법 기분이 좋아졌다.

 

 

“알겠어? 가면 조신하게 네, 네. 네 성깔대로 할 생각 말고. 인물도 좋고 성격도 좋다더라. 고분고분 잘 되면 너도 좋고 우리도 좋고. 알겠니?”

 

 

지랄 옘-병. 그녀는 다시 한 번 욕을 주워 삼켰다. 얼추 서너시간만 참으면 돌아갈 수 있으니까. 그녀는 손끝에 닿는 옷 위 무늬를 매만졌다. 참 부드러웠다.

 

 

>

 

 

인물이 좋기는 개뿔. 그녀는 평소처럼 웃지 않는 얼굴로 앉아있었다. 좋게 말해 멀끔하게 생기긴 했다만 대체 어머니들의 훤칠함의 기준은 뭘까. 게다가 묘하게 인상도 좋지 않았다. 딱 잘라 이야기할 순 없지만 어딘가 꺼림칙한 느낌이 든다. 이런 느낌은 대부분 맞아들기 때문에 빨리 쳐내는 게 좋을 듯 했다.

 

 

“이름이 독특하시네요.”

 

“많이 들었습니다.”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사무적인 말투에 내심 흐뭇하다. 남사들도 가슴 철렁해 하는 어투다. 이 말투를 듣고도 넉살 좋게 다가오기란 쉽지 않을 터. 아니나 다를까, 상대도 움찔한 기색이 보였다.

 

 

“하하, 말투가 다른 여성분들과 다르시네요.”

 

“업무상 배었습니다.”

 

“하하….”

 

 

남자의 기색으로 보아 생각보다 이르게 파할 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속으로 흥얼거렸다. 남자가 몇 마디 더 붙이는 노력은 가상했지만, 이미 마음은 콩밭으로 떠났다. 그녀는 건성건성 대답하거나 아예 입을 다물었다. 일찌감치 남녀 둘만의 시간을 가지라며 자리를 뜬 중매쟁이나 웃사람에게 감사할 정도였다.

 

잠시 침묵이 돌았다. 고즈넉한 느낌의 고급 요정이라 정원이 제법 볼 만 했다. 시시오도시나 연못 장식을 새로 바꿀까. 그녀가 정원을 보며 잠시 고민할 무렵이었다. 상대 남자가 몸을 일으키더니 그녀에게 다가왔다.

 

 

“?”

 

“내가 이혼남인 걸 알고도 선을 받아들여준 여성은 당신이 처음이거든. 난 그쪽이 마음에 들어.”

 

 

별 미친 새끼가? 그녀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 와중에 무시 못 할 단어가 있었다.

 

 

“이혼?”

 

“어라, 못 들었어? 그쪽 어머님은 아마 아실 텐데.”

 

 

그녀는 턱이 떡 벌어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이혼남? 사별남도 아니고 이혼남? 분노로 이가 바득바득 갈렸다. 적어도 제대로 된 선 자리를 봐왔나 했더니 그마저도 아닐 줄은. 역시 그날 기어서라도, 밀치고라도 그 장소를 뛰쳐나왔어야 했다.

 

이쯤 되니 표정관리도 힘들었다. 그녀는 얼굴을 가감 없이 팍 구겼다. 그녀의 표정이 썩든 말든, 남자는 제법 우쭐대는 얼굴로 말했다.

 

 

“이혼하긴 했어도 그건 전처 잘못이었고, 사실 나 같은 남자 만나긴 쉽지 않지. 그쪽 메리트는 처녀라는 것 밖에 없잖아?”

 

 

점입가경일세. 대놓고 초면인 사람 앞에서 처녀 운운하는 남자의 혓바닥을 뽑아버리고 싶었다.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 다시는 본가에 안 돌아간다. 그녀는 속으로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음 같아선 박력 있게 일어서고 싶었지만 기모노인 탓에 일어서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별 미친 새끼가 붙어서는. 초면에 처녀 운운하는 말버릇 보니 전처랑 왜 이혼했는지 잘 알겠습니다.”

 

“뭐?”

 

“미안한데 난 결혼할 생각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애초에 집에서 나오려고 구실 삼아 나온 것뿐이고. 그쪽 말에 더는 못 어울리겠네요.”

 

“이, 미친…!”

 

 

화가 났는지 볼 살이 푸들푸들 떨린다. 어이가 없어 보고 있자니 식탁 위 찻잔을 집어 든다. 미친, 저거 엄청 두꺼웠는데! 찻잔을 피할 타이밍을 잴 무렵, 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챘다. 그리고 찻잔을 든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미친, 필요 없는 싱크빅!! 그녀가 상대를 밀치려고 버둥거린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