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른] 어서오세요, 주인님09
+) 2017.02.14
+) 앗 쓰고나니 발렌타인이잖아...?ㅇㅂㅇ)9 달달하진 않지만!!!
+) 기다리신 분 없겠지만 왔습니다!! 기다리신 분이 있다면 감사합니다!! 복받으세오!!
+) 다음편은 아마 금수땡이 좀 들어갈지도 몰라요.. 그럼 비번이 걸리겠지...ㅇㅂㅇ)9
+) 키워드 : 카센미카, 블랙혼마루, 사니와 미카즈키, TS, 여러분은 지금 계획범죄를 보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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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자택, 부유한 재산, 상냥한 가솔과 애정 깊은 양친. 그들이 모두 사랑하는 아가씨. 어느 이야기에서나 나올 법한 구성이었다.
어느 겨울, 마음씨 좋던 정원사가 나간 후 몇 달이나 지났을까. 봄이 되어 옷이 얇아질 무렵이었던 것 같다. 미카즈키는 여느 때처럼 툇마루에 앉아 다리를 흔들거렸다. 볕 좋은 날이면 그녀는 늘 툇마루에 앉아 있곤 했다. 일을 방해하기 싫었던 탓에 이미 한바탕 쓸고 간 마루는 한적했다. 아무도 없이 미카즈키 뿐이었다.
미카즈키는 마른 빵을 손 안에 굴려 부스러기로 만들었다. 마당에 뿌려놓으면 참새가 오곤 했는데, 마침 참새가 내려앉았다. 참새는 정원 아래서 빵 부스러기를 쪼았다. 즐겁게 새를 보던 미카즈키 곁으로 누군가 앉았다. 부엌을 담당하는 아주머니였다.
“아가씨, 무얼 그리 보셔요?”
“참새요. 참 귀여워요.”
미카즈키는 방긋 웃으며 답했다. 그런 미카즈키에게 웃어준 그녀는 미카즈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곱게 빗어 단정한 머리를 슥슥 쓰다듬는 손은 볕처럼 따뜻했다. 미카즈키는 다시 참새를 보았다.
"어쩜, 우리 아가씨. 머릿결도 이리 고우실까.“
작은 감탄이 흘렀다. 미카즈키는 내심 뿌듯하면서도 내색하지 않았다. 어린아이 특유의 자존감이었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이 움직였다. 보드라운 뒷목을 몇 번이나 쓰다듬었다. 그것이 조금 더 내려가 등이 되었다. 얇은 옷을 사이에 두고 손바닥이 두근두근 울었다.
“아가씨.”
미카즈키는 참새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척했다. 등을 쓰다듬는 아주머니의 체온이 간질간질했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아직 어린 미카즈키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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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즈키는 눈을 떴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쨍하던 열기가 덜하다. 몸이, 서늘하다. 그에 생각이 미치자마자 그녀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정신이 들었니?”
미카즈키는 피부 위를 지나는 한기에 어깨를 움츠렸다. 하지만 한기가 지나갈 때마다 불쾌했던 느낌이 조금씩 사라졌다. 카센은 그녀의 손끝을 잡고 수건으로 몸을 닦아내고 있었다. 적당히 따뜻한 물. 그녀가 눈을 깜박여 제 있는 곳을 확인했다. 사람 두엇 앉아도 충분해 보이는 나무통 안이었다. 입고 있던 옷은 사라진 채다. 홑겹 히토에만 입은 몸이 그의 시중을 받고 있었다. 의문 어린 시선이 그를 향했다. 카센은 손을 쉬지 않으며 물음 없는 답에 답했다.
“향이 마음에 들었니? 히노키로 만든 것이지. 그대 상태가 영 안 되어 보이길래. 욕탕을 만들며 쓰지 않게 된 목욕통이란다. 깨끗하게 관리하였기에 망정이지.”
미미한 웃음기마저 보이는 답이었다. 따뜻한 물 냄새 위로 희미하게 목향이 섞여든다. 그녀는 물기에 번져 언뜻 투명해진 옷자락을 응시했다. 두통은 한결 가라앉았으나 머리가 멍한 것이 영 나른하다. 카센은 수건이 식으면 재차 적셔 적당한 상태로 만들었다. 손이 많이 가는 방법이었으나, 그에겐 힘든 기색이나 짜증이라곤 없었다.
“주인은 피부가 곱구나. 여간한 피부보다 고우니 관리를 잘 한 모양이야.”
카센의 말은 분명 칭찬일 것이다. 귀히 자랐을 것이라는. 환경적으로야 모자람 없이 자랐다지만, 정말 귀하게 자란 것일까. 미카즈키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희게 피어오르는 수증기 사이로 보이는 웃음이 어찌나 처연한지. 카센은 그녀 모르게 빙긋 웃었다.
“자, 몸을 돌려주겠니?”
그녀가 등을 보이자, 카센은 그녀의 뒷목을 천천히 닦아냈다. 처음엔 냉기가 어려 어깨를 움츠리길 반복했지만 냉기가 가시면 개운해지니 그녀가 어깨를 늘어트렸다. 긴장이 풀린 모습에 카센은 만족스레 손이 닿는 한 수건으로 그녀의 몸을 닦아냈다.
“시중이 익숙한 모양이구나.”
“아마, 어릴 때부터 받았고….”
어미가 흐리다. 그러나 카센은 모르는 척 했다. 시중이 익숙하다고 하나 여성이 남성의 시중에 익숙할 일은 거의 없었다.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남자에게 시중 받아도 될 정도로 익숙한 뻔뻔함을 두르고 있던가, 그게 아니라면.
카센의 눈매가 가늘게 웃음을 담았다. 수건을 쥐지 않은 손이 그녀의 어깨를 매만졌다.
“!”
그녀가 일순 움칫거렸으나, 손에 의도는 없었다. 그를 알자마자 어깨에 힘이 빠졌다. 카센이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주물렀다.
“영 딱딱하구나. 낯선 곳이라 긴장한 모양이야. 괜찮다면 내 만져줄까?”
평소라면 경계하고 고개를 저어야 옳았다. 하지만 나른한 몸 탓인가, 그녀는 주저하는 기색을 보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하면 내 준비하고 올 테니 잠시만 앉아있으렴.”
카센은 수건을 내려두고 어디론가 가 버렸다. 머쓱해진 그녀가 홀로 앉아 물을 튕겼다. 그렇게 손장난을 할 즈음에야 카센은 돌아왔다. 그는 정복이 아닌 가벼운 차림의 하카마를 입고 있었다. 카센은 그녀를 일으킨 후 커다란 수건을 둘러주었다.
“바로 옆이긴 하지만 감기에 들면 안 되니 두르고 있으렴.”
다정한 손길이 수건을 두른 어깨 위에 얹혔다. 차양을 걷고 들어가니 마치 마사지 샵과 비슷한 모양이다. 누울 수 있는 침대와 그 옆으로 작은 병과 단지들이 놓인 단상이 보였다. 옛 문화에도 이런 문화가 있던가? 의문을 담아 카센을 보니, 카센은 그녀를 침대로 이끌며 답했다.
“그대가 사는 곳은 이러한 방에서 객의 피로를 풀어주는 가게가 있다지? 이 방은 이전에 있던 이가 알려주어 만든 곳이란다.”
이전에 있던.
그녀는 이해했다. 자신이 온 혼마루는 누군가 ‘만들어 둔’ 곳이다. 그녀가 왔을 때 이미 상당한 수의 도검남사들이 혼마루에 현신해 있었다. 그녀는 이 혼마루를 이어받아 유지하면 된다고 들었던 것을 상기했다. 카센이 침대 위로 부드러운 천을 깐 후, 그녀에게 누우라 말했다. 그녀가 수건을 두른 채 엎드렸다.
“주인 건강이 약해진 터라, 괜찮다면 맨살을 만져야 할 것 같은데.”
그녀는 잠시 주저했다. 시중 받는 것에 익숙하고 도검남사들은 인간과 다름을 안다. 하지만 겉으로나마 남성이며, 도검남사를 상대로 요상한 악몽까지 꾼 상태로 태연히 옷을 벗기엔 그녀는 태평하고 뻔뻔스럽지 못했다. 쉬이 수건을 벗지 못하고 주저하는 그녀를, 카센은 그제야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무심했구나. 주인이 부리는 검이라고는 하나 일단은 사내의 몸. 주인이 꺼려하는 것도 당연해.”
애써 걱정한 남사에게 미안하여 말하지 못한 속내를, 카센이 먼저 알아채 주었다. 미카즈키는 내심 안도했다. 카센은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씻기고만 가기엔 주인의 몸이 너무 좋지 않아 내 마음이 편치 않아.”
평이한 어조는 자문자답을 위한 것이다. 홀로 고민에 빠진 카센이 좋은 생각을 해냈다며 그녀에게 웃어보였다.
“요는 내가 주인과 마주 본다는 점에서 불편한 것이지?”
“아, 아마…도.”
뜬금없는 질문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면 ‘보이기’ 때문에 불편한 것이다. 불편한 의도가 없어도 몸이 자동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카센은 명쾌하니 나름의 답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내 눈을 가리마. 그리하면 괜찮겠니?”
눈으로 가려도 만지는 것은 같다. 그러나 미카즈키는 조금이나마 면구스러운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 카센의 제안은 현 상황에서 차선책이었다. 결국 그녀는 고개를 조심히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 끈으로 내 눈을 가려주겠니?“
카센은 미카즈키에게 비단띠를 내밀었다. 폭이 두 마디 반 정도로 된 긴 끈이었다. 부드러운 재질이라 얼굴에 상처가 나지 않을 듯 했다. 그녀는 끈을 받았고, 카센은 순순히 그에 맞추어 뒤로 돌았다.
“도중에 풀리지 않게 단단히 묶으렴.”
부드러운 천이 시야를 덮는다. 카센은 사늘한 감각과 함께 욕탕 특유의 습기가 배인 손을 하카마에 문질렀다. 눈을 가린 끈이 머리 뒤로 강하게 한 번 매듭이 지어진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매듭이 지어진다.
“이 정도면 괜찮을까요?”
단단히 묶인 비단끈에 만족하며, 카센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내 눈이 보이질 않으니, 향유를 건네주고 주인이 어디에 누웠는지는 알려줘야겠구나.”
“아, 그거라면야.”
미카즈키는 가벼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센은 빙긋 웃었다.
자, 시작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