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검난무/검*사니 전력

[검*사니와] 전력 : 검을 잡지 않으면 너를 지킬 수 없어. 검을 잡은 채로는 너를 끌어안을 수 없어

달月 2017. 2. 20. 04:19

 

+) 2017.02.19

 

+) 이 소재 몇 번 우리지... 맛도 안 나게따 헤헤:Q 초기도 포대기가 부러져서 카슈가 고통 받는다...

 

+) 오늘도 그냥 대박 지각이네요 ㅇㅂㅇ)9<양심리스

 

+) 만바사니, 카슈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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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9

검사니 전력:검을 잡지 않으면 너를 지킬 수 없어. 검을 잡은 채로는 너를 끌어안을 수 없어.

 

 

 

카슈 키요미츠. 그는 혼마루에 세 번째로 온 검이었다. 과거, 신선조 오키타 소우지가 사용하였다. 첫 번째가 아닌 것이 아쉬웠으나, 세 손가락 안에 드니 참을 수 있었다. 그가 혼마루의 주인을 처음 보았을 때, 그 감정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새카만 눈동자에 깃든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랬기에 카슈는 주인에게 사랑 받기를 원했다.

 

귀염둥이. 주인은 늘 카슈를 그리 칭했다. 시큰둥한 얼굴로 카슈를 부르는 주인이 못내 사랑스러웠다. 카슈는 늘 그녀가 자신을 불러주길 기다렸다. 일하기를 귀찮아한 덕에 동료는 느릿느릿 늘었고, 출진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나 동료가 어느 정도 늘어났음에도 그녀가 찾는 인원은 정해져 있었다. 카슈는 그 인원에 제가 포함된 것을 늘 자랑스레 여겼다.

 

분명, 그랬을 터였다.

 

사건은 순간이었다. 평소보다 강한 적이 튀어나왔고, 설상가상 검비위사마저 연이어 두 번 맞닥트렸다. 귀환을 해야겠다 싶었으나, 적에게 먼저 발각되었다. 모두가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진형이 유리한 것에 희망을 걸어야 했다. 조용한 대치가 얼마나 이어졌을까. 흙이 긁히는 소리와 함께 전투가 시작되었다.

 

카슈는 치도의 공격을 피하려다 협차에게 옆구리를 베였다.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는 그에게 단도가 달려들어 허벅지를 찔렀다. 카슈는 찔린 다리로 버티며 단도를 베고, 그대로 몸을 틀어 협차를 베었다. 그 과정에서 발목을 접질러 바닥을 반쯤 굴러야 했지만, 어찌 치명상은 피했다. 카슈는 드러누운 채 주변을 살폈다. 얼추 정리되어가는 듯 보였다.

 

 

“야만바기리 공, 뒤를!!!”

 

 

나기키츠네의 여우가 소리를 빽 질렀다. 소란한 사이에 들릴 정도로 날카로운 외침이었다. 카슈는 자연히 야만바기리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대태도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야만바기리의 병사는 보이지 않았고, 호타루마루가 검을 쥐고 막 뛰어오른 참이었다. 카슈의 눈이 크게 홉뜨였다.

 

야만바기리의 검이 산산조각 났다. 마치 비산하는 핏방울 같았다. 동시에 호타루마루의 검이 대태도를 베었다. 카슈의 귀로 이명이 울렸다. 이유 모르게 주인의 얼굴이 스쳤다. 무표정한 검은 눈동자와 다물린 입술이 냉랭한. 깨어진 검이라면 이미 두 번째로 왔던 미다레 토시로도 있었다. 그 때엔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을 터인데, 어째서 주인이 떠오르는가. 전투가 끝나고 가쁜 숨이 공기를 덮었다. 호타루마루가 무릎을 꿇고 조각을 모으기 시작했다. 기분 나쁜 침묵 아래로, 조각을 다 모은 호타루마루의 음성이 내려앉았다.

 

 

“…귀환, 하자.”

 

 

 

>

 

 

 

카슈는 나키기츠네의 부축을 받았다.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며 이동하기란 매우 힘에 부치는 일이었다. 대문을 넘으니 단도와 연련 낮은 검들이 눈을 빛냈다. 평소였다면 기쁘게 받았을 시시오조차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이젠과 아키타의 눈동자가 불안감으로 흔들렸다. 카슈는 입술을 깨물었다. 차마 눈치 챈 불행을 아무도 입에 담지 못했다.

 

 

“왔어?”

 

 

그녀가 부엌에서 나왔다. 하나로 묶은 머리가 부스스하다. 멍해 보이는 검은 눈동자가 찌를 듯이 아팠다. 호타루마루가 품에 안은 천뭉치를 끌어안았다. 단도 사이로 걸어온 그녀가 호타루마루 앞에 섰다.

 

 

“누가 먼저 수리 받을래?”

 

 

그녀는 불온한 공기를 눈치 채지 못한 듯 했다. 카슈는 부축 받지 않은 쪽 손을 강하게 움켰다. 삐그덕 대는 근육에 힘이 들어가 쥐가 날 듯 아팠음에도 그리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반응이 너무도 막연한 공포로 다가왔다.

 

 

“호타루가 먼저 할 거야?”

 

“…주인.”

 

 

호타루마루가 쉰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그녀가 고개를 기울였다. 호타루마루가 천뭉치를 내밀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녀에게, 그의 잔해가 담긴 천을 내밀었다. 그녀가 매듭을 푸는 것이 보였다. 카슈는 눈을 질끈 감았다. 더는 볼 수 없었다.

 

 

“…호타루?”

 

 

그녀의 목소리가 느리게 번졌다. 그럼에도 아무도,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았다. 적막이 내려앉는다. 억양 없는 목소리에 담긴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조차 가질 않았다. 호타루마루는 대장이라는 직함 아래 어렵게 입을 열었다.

 

 

“죄송, 해요. 야만바기리를….”

 

“야만바기리? 야만, 아. 응, 그래. 포대기 말이구나. 포대기가 왜.”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평온했다. 미다레 토시로의 흔적을 가져왔을 때도 저랬던가? 카슈는 혼란스러웠다. 야만바기리가 부서졌습니다. 그를 지키지 못했어요. 호타루마루가 단숨에 말을 쏟아냈다. 단도들이 술렁였다. 바닥에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다. 카슈가 이를 악물었다. 나키기츠네가 카슈를 부축한 쪽 손을 꾹 쥐었다.

 

 

“주인!”

 

 

쇼쿠다이키리의 외침은 적막을 깨트렸다. 카슈가 번쩍 눈을 뜨고 고개를 쳐들었다. 우왕좌왕하는 단도 사이로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가 주인의 얼굴을 손으로 잡아채고 있었다. 카슈는 주인을 험하게 다루는 손길에 팔을 내뻗었다. 그리고, 굳었다.

 

 

“주인! 안 돼! 어서 뱉어!!”

 

 

쇼쿠다이키리가 그녀의 턱을 억세게 쥔다. 그 위로 빨간색이 흐른다. 좋아하는 붉은색이 망울져 탁하게 흘렀다. 카슈는 처음으로 붉은색에 구역질을 느꼈다. 몸이 굳어 그녀에게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쇼쿠다이키리는 그녀를 반쯤 안듯이 하여 등을 두들겼다. 무언가 뱉어내게 하려는 움직임이었다. 피거품 사이로 새까만 것들이 후두둑 쏟아졌다.

 

피거품 속 새까만 쇳조각.

그녀는 야만바기리의 조각을 삼키려 한 것이다.

 

 

“포대기, 내 포대기…. 포대기야아….”

 

 

그녀의 울음이 쇳조각과 함께 터졌다. 눈물이 뚝뚝 흐르고 피로 얼룩진 얼굴은 흉했다. 호타루마루는 재빨리 검조각을 치웠다. 쇼쿠다이키리에게 붙잡힌 그녀가 몸부림쳤다. 쥐어짜는 울음을 토하며, 머리를 흔들었다. 머리장식이 떨어지며 그녀의 머리가 흘러내렸다. 한참 붙잡힌 채 몸부림치던 그녀가 돌연 늘어졌다. 야겐 토시로가 당황하며 그녀를 방에 옮기라 지시했다. 그녀가 쓰러짐과 동시에 부산해졌다. 근시였던 츠루마루가 이것저것 지시를 내렸다.

 

 

“어이, 꼬마 미츠는 일단 주인을 안으로 옮겨. 당번이 있는 자들은 각자 위치로 돌아갈 것! 그 외 인원은 야겐 토시로를 도와 주인을 돌볼 준비를 하고. 그리고 너희, 원정부대는 일단 수리를 하는 편이 좋겠어.”

 

 

츠루마루는 소매에서 수리패를 꺼냈다.

 

 

“수리실 공간이 넉넉지 않으니 수리패를 이용해 빠르게 끝내도록 해. 카슈가 제일 심각하니 네가 먼저….”

 

“…아니. 괜찮아.”

 

 

카슈는 고개를 흔들었다. 츠루마루는 잠시 그를 보다 시시오와 호타루마루에게 수리패를 넘겼다. 둘은 수리패를 쥐고 수리실 쪽으로 향했다. 카슈는 나키기츠네에게서 벗어났다. 접질른 발과 허벅지를 찔린 쪽이 달라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카슈 공!”

 

 

나키기츠네의 여우가 캥캥 짖었다. 나키기츠네 또한 손을 내밀었으나, 카슈는 손을 내저었다.

 

 

“아니, 아냐. 괜찮아. 이대로, 있게 해줘.”

 

 

부산했던 것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정원은 조용했다. 대부분이 츠루마루의 지시대로 자리를 비웠고, 남은 것은 츠루마루와 나키기츠네, 그리고 카슈 셋이었다. 나키기츠네는 걱정되는 듯 카슈를 보았다. 츠루마루가 수리패를 흔들며 나키기츠네의 등을 떠밀었다.

 

 

“내가 볼 테니 나키기츠네, 그대도 수리실에 다녀오는 편이 좋겠어.”

 

 

나키기츠네마저 정원을 떠났다. 츠루마루는 카슈를 부축하지 않았다. 툇마루에 앉은 채 턱을 괴었을 뿐이었다. 괜찮냐는 인사치레 없이, 츠루마루는 카슈를 내려 보며 말했다.

 

 

“혼란스러워?”

 

 

혼란. 딱 들어맞는 표현이라 카슈는 헛웃음을 흘렸다.

 

사랑 받고 싶었다. 어여쁘다 관심 받고 싶었다. 그래서 노력했다. 사실은 알았다. 알고 있었다. 아무리 예쁨 받았다 하여도 미묘한 차이가 있음을 모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억눌렀다. 그녀를 지키기 위해, 그녀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검을 들었다.

 

 

그녀를 위해 검을 들었다. 그러나 그렇기에 그녀를 안아줄 수 없다.

 

 

야만바기리가 조금 더 특별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것이 그녀에게 이렇게 돌아올 줄 알았다면. 알았다면? 카슈는 가슴을 쥐어뜯었다. 알았더라도 그를 자신이 구했을까? 닥치지 않으면 모를 일이었다. 카슈 키요미츠는, 어린 신은 그리도 사랑 받고 싶었다.

 

츠루마루는 흙바닥에 앉아 제 가슴을 퍽퍽 내리치는 카슈를 그저 바라보았다. 얄궂지, 얄궂어.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유일’한 존재는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에 이렇게나 위험하다.

 

츠루마루는 눈을 감았다. 분명, 저 질척한 감정을 이해할 이는 저뿐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