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루미카] 꾸롱님, 꽃검님(1)
+) 2017.02.23
+) 예-전에 받은 리퀘였는데 너무 오래 끌어서 주제를 까먹었습니다(왈칵) 나중에 다른 내용 츠루미카 한 편 더 나갑니다...
+) 키워드:츠루미카, R-15?, 야한 척 해봤는데 야하지 않더라구요, 엔딩 암시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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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하다. 미카즈키는 멍하니 걸음을 옮겼다. 낮잠으로 머리가 흐트러졌으나 깨닫지 못한 채다. 반쯤 질질 끄는 걸음이 늘어졌다. 흘러내린 머릿수건을 잡아 내리며, 미카즈키는 소란스러운 장소에 도착했다. 히로마 안에서는 좋은 향이 흘렀다. 미카즈키는 눈가를 비비며 방 내부를 훑었다.
“음…?”
히로마 내부에 꽃이 피었다. 선명한 색채가 아름답다. 미카즈키는 믿을 수가 없어 눈가를 비볐다. 잠에 흐린 눈이 조금 개인다. 다시 보니 여전히 찬란한 색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꽃이 아닌 각양각색의 옷감과 기모노란 점이다. 색색들이 고운 옷감을 보니 옛 생각이 떠올라 기분이 들떴다.
“어쩐 일로 고운 색이 피어났을까.”
“앗, 미카즈키!”
이마노츠루기가 새벽 빛깔을 들인 천을 몸에 감은 채 달려나왔다. 연한 보랏빛이 참으로 우아했다. 무희처럼 빙그르르 몸을 돌리자 천이 아름답게 퍼졌다. 미카즈키는 옅게 미소지었다.
“어떤가요? 어울리나요?”
“음, 매우 이마노츠루기와 잘 어울리는 색이로고.”
“기뻐라! 그렇다면 미카즈키의 칭찬을 받은 이 색으로 결정해야겠어요!”
곁눈질로도 잘 어울리는 색이다. 미카즈키는 칭찬하듯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미카즈키는 시중 받는 것에 익숙하고 꾸며지는 것에 익숙한 남사다. 때문에 제 옷을 차려입지는 못 할지언정 매무새와 어울리는 색을 고르는 감각은 매우 탁월헸다. 그가 천과 옷이 널브러진 히로마로 들어서니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고민하는 아이들뿐이었다. 카슈 키요미츠와 하치스카 코테츠는 제 주변에 여러 빛깔들을 늘어놓은 채 고민하고 있었다.
조금 도움을 주어볼까. 미카즈키는 카슈 곁으로 다가가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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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저와 어울리는 옷가지를 챙겨간 터라 히로마는 어수선했다. 미카즈키는 남사들에게 선택받지 못한 천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소일거리로 할 법했다. 천은 대에 감아 걸어두고, 옷가지는 한 곳에 차곡차곡 쌓았다.
그러고 보면 떠나간 자리는 늘 휑하다. 마지막이란 알면서도 서운하고 휑한 기분이 든다. 미카즈키는 감상적으로 생각하며 쓰게 웃었다.
“음?”
그러던 중이었다. 미카즈키는 작은 틈을 발견했다. 히로마 안쪽 곁문이었다. 불이 켜져 있는지 틈새로 비집고 나온 색은 희었다.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고 했던가. 그럼에도 미카즈키는 한치의 의심과 경계 없이 문을 열었다. 매끄럽게 열린 문 안에 걸린 것은 귀해 보이는 옷이었다. 미카즈키의 눈에도 귀하고 고급스러워 보인다면 값어치가 떨어지는 물건은 아닐 것이다. 조개가 토해낸 보석처럼 매끄럽고 첫눈처럼 희디 흰 기모노는 무늬 하나 없었음에도 매우 성결하고 아름다웠다.
"코소데…, 아니. 우치기인가?"
미카즈키의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졌다. 매무새는 코소데에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총장이 긴 것으로 보니 우치기인 것 같기도 하다. 미카즈키는 만지면 녹아내릴 듯 흰 옷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마나."
미카즈키 뒤로 가벼운 탄성이 터져나왔다. 미카즈키보다 머리 하나 반쯤 더 작고 나이 있어 보이는 여성이 서있었다. 벌써 하얗게, 하얗게 새어버렸다.
“주인.”
세월이 지난 것은 모두 눈가가 약해지기 마련이다. 미카즈키는 의도적으로 눈을 깜박였다. 그보다 두 뼘 반 정도 작아진 그녀는 온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는 그리운 눈으로 기모노를 보았다. 미카즈키는 천뭉치를 든 채 옆으로 살짝 빗겨 섰다. 그녀는 조심스레 옷을 매만졌다.
“옛 옷이구나. 사니와의 예복으로 썼던 것이란다.”
사니와는 속세와 단절되어 신과 동거한다. 신을 위한 삶, 신부와 다름없다. 때문에 사니와로 임명된 이들은 모두 신부처럼 흰 옷을 입고 예식을 치룬다. 인세와의 단절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기력을 소모하기 마련이고, 도중에 도태되는 이 또한 적지 않다. 그럼에도 그녀는 이곳에 서 있다.
미카즈키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그리운 것을 보는 양 눈을 느리게 감았다. 옷의 무늬가 불꽃마냥 넘실거리는 것만 같았다.
“멋진 남자들이 있어서, 처음엔 얼마나 설레었는지. 물론 내 아이들은 곧 연애대상이 아니라 내가 돌봐야 할 형제, 혹은 자식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아버렸지만.”
“주인, 그렇게까지 우리네들이 철이 없지는.”
“어마, 참으로?”
“음….”
사니와의 되물음에 미카즈키는 입을 다물었다. 진심으로 묻는 거라면 차마 답할 수 없다. 사실이었으니까. 미카즈키는 멋쩍게 뺨을 긁었다. 사니와는 미카즈키를 보다 문득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고 보니 미카즈키, 츠루마루가 슬슬 올 때가 되었지?”
“음? 음. 아마, 오늘 밤 즈음이면 귀환하지 않을까 싶은데.”
사니와는 환히 웃으며 미카즈키를 돌아보았다.
“미카즈키, 준비를 하자꾸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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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루마루가 씩 웃었다. 저와 같이 하얀 옷을 입고 입술에 꽃물을 붉게 물들인 미카즈키는 누가 보아도 어엿한 '신부'였다. 미카즈키는 이불 위에 다소곳이 앉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얀 끈이 눈을 가린 채다. 츠루마루는 어쩐지 근질거리는 입가를 매만졌다. 귀환 후 사니와가 보고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이런 선물을 준비해 두었을 줄이야. 츠루마루의 침묵이 길어지자 미카즈키는 불안한 듯 손가락을 옴질거렸다. 츠루마루는 흔치 않은 사니와의 자비에 감사하며 그 모습을 조금 더 감상하기로 했다. 천하오검 중 가장 아름답다는 미카즈키 무네치카의 성장이다. 어찌 흔하겠는가.
미카즈키는 하얀 천 아래로 흘러내린 머리카락과 입술 외에 모두가 희었다. 일렁이는 촛불에도 보일 정도로 옷의 무늬는 선명했다. 짙게 물들인 붉은색이 눈 위로 똑 떨어트린 핏방울 같았다. 그 정도로 사니와가 준비한 초야의 신부는 츠루마루의 마음에 쏙 들었다.
“미카즈키, 그녀가 이렇게 꾸며둔 거지?”
“으음, 준비를 하자더니… 이렇게 되었어.”
미카즈키의 곤혹스러운 표정에 츠루마루가 웃었다. 그녀와 그의 실랑이 아닌 실랑이가 자연히 영상처럼 떠올랐다. 미카즈키는 기운이 빠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어미가 자식을 위하는 마음이라는데 어찌 내치겠니. 츠루마루는 무릎에 팔꿈치를 괴며 되물었다.
“넌 마음에 들지 않아?”
“네가 이상하게 보면 어찌하나 싶기는 하구나.”
“음, 아주 곤란할 정도인데.”
“그렇게…이상하니?”
미카즈키는 자신이 없는 듯 고개를 숙였다. 흰 장갑에 땀이 배어드는 기분이었다. 츠루마루는 손을 뻗어 미카즈키를 강하게 잡아끌었다. 순간적인 힘에 미카즈키가 균형을 잃고 휘청였다. 츠루마루가 옷 위, 미카즈키의 허리를 쓸어내리며 웃었다.
“엄청 곤란할 정도로 아름다워. 미카즈키.”
츠루마루는 미카즈키에게 씌워진 하얀 신부 모자를 당겨 대충 옆으로 던졌다. 츠루마루는 미카즈키의 뺨을 쓸었다. 옅은 분내가 향긋했다. 긴 속눈썹 아래 달이 젖었다. 츠루마루는 붉은 입술에 제 입술을 가져다 대며 속삭였다.
“이렇게 아름다우니, 욕심 많은 학은 달을 어찌 꺼내두겠어.”
질척이는 입술 사이로 붉은색이 엉켰다. 입술연지가 물들고, 옅게 반짝이다 지워지고. 그 뒤는 붉다란 살덩이가 모양을 보일 새도 없었다. 젖은 숨결이 오가고, 츠루마루와 미카즈키는 한동안 입맞춤에 열중했다. 몇 번이고 단내가 나는 입술을 훑었다. 츠루마루는 자연스레 우치기를 벗겼다. 제법 무게 있게 떨어지는 우치기를 흘깃 보았다. 찰나였다. 츠루마루는 다시 미카즈키의 입안을 헤집었다. 질척이다 못해 찔걱이는 소리가 마치 교성처럼 울렸다. 미카즈키의 귀가 붉어졌다. 츠루마루는 미카즈키의 입안을 남김없이 훑어내고야 겨우 입술을 떼었다. 어찌나 부벼대었는지, 그들의 입안은 도리어 바싹 말라 있었다.
“으, 후, 츠루마루.”
미카즈키가 눈을 느리게 깜박였다. 츠루마루는 쓰게 웃음 지었다. 미카즈키가 말하고픈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때문에 그는 미카즈키의 입에 제 손가락을 다소 거칠게 쑤셔 넣었다. 그의 엄지가 미카즈키의 입안을 뒤적였다. 강한 힘에 아구가 저릴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미카즈키는 흰 옷자락만 쥐며 허리를 움찔댔다. 츠루마루가 풀기 쉽게 묶인 오비의 매듭을 끌렀다. 헤이안 복식과 약간 달랐으나 허리끈이 풀리면 대부분의 옷이 흘러내리는 형식은 비슷했다.
츠루마루는 뜨거워진 귓가에 속삭였다.
“함께 지자, 나의 달.”
츠루마루와 미카즈키의 몸이 어둠 속으로 조용히 스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