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니] 전력 : 인간
+) 2017.02.26
+) 도중에 밥 먹는다고 늦어짐.. 또르륵...
+) 우구사니, 미카사니 조금, 우구이스마루 후쿠레 표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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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6
검사니 전력:인간
“어.”
“음?”
“아.”
순식간에 보인 반응이었다. 찻잔이 깨졌다. 그녀가 물건을 험하게 쓰기는 하지. 미카즈키는 그런 얼굴로 허허 웃었다. 우구이스마루는 깨진 찻잔을 보았다. 마침 그 찻잔의 색은 우구이스마루를 닮아있었다. 산산조각나진 않았지만 크게 듬성듬성 조각난 찻잔은 용도를 다하지 못할 것이다.
우구이스마루의 눈동자가 짙어졌다. 문득, 이제 없을 흉터를 떠올린다. 우구이스마루는 무의식적으로 명치 부근을 가렸다.
“아깝네. 마음에 들었던 건데.”
바닥은 멀쩡했지만 위쪽이 부서진 터라, 아마 쓸 수 없을 터였다. 미카즈키는 깨진 조각에 손을 뻗었다.
“아가, 손 다친단다. 내가 하마.”
“잔가루도 없는데 다치기는. 내가 해.”
미카즈키는 사니와의 마음에 들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어째서인지 사니와는 질색한다. 이번에도 그녀는 미카즈키의 도움을 거절했다. 시무룩한 미카즈키와 그걸 모르는 사니와. 우구이스마루는 조금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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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니와가 이상하다. 최근 들어 유독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우구이스마루가 그 사실을 눈치챈 것은, 꼬박꼬박 차와 과자를 얻어먹으러 나오던 그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별 것 아니겠지. 그러나 거스러미처럼 떼어내지도 못하고 한 번씩 주변을 훑곤 하였다.
“주인은 어딜 갔지?”
저도 모르게 흘러나온 말에 답한 것은 히라노였다.
“주군 말씀이신가요? 으음, 아침 식사 땐 뵈었던 것 같았는데.”
우구이스마루님이 주군을 찾으시다니, 별 일이시네요. 히라노가 웃으며 말했다. 차를 마시는 소리가 조용하다. 우구이스마루는 명치에 손을 올렸다. 이상하게도, 깨진 찻잔이 영 눈에 어른거린다.
이유 모르게 입맛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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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구이스마루는 막 씻고 나온 참이었다. 덜 마른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며 회랑으로 나오니, 날이 여즉 추웠다. 어서 방에 돌아가 따뜻한 차라도 한 잔 마셔야지 싶었다.
“우구이스마루.”
그런 뒤로 차분한 음성이 내려앉았다. 우구이스마루는 명치를 손으로 덮으며 몸을 돌렸다. 최근 보이지 않던 주인이 서 있었다. 어쩐지 흙투성이 같기도 했다.
우구이스마루는 방금 전까지 제 머리를 문지르던 수건을 내렸다. 그녀의 뺨에 묻은 흙자욱을 지워 주었다.
“주인. 요즘 보이지 않더구나. 흙장난이라도 하고 왔니?”
우구이스마루는 농을 던졌다. 문득 내려다본 그녀는 품에 작은 보퉁이를 하나 안고 있었다. 내용물은 모르겠지만, 그녀가 안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제법 소중한 모양이었다.
“우구이스마루, 이거.”
그녀가 불쑥 보퉁이를 건넸다. 비단은 아니지만 보드라운 천에 감싸여 있다. 하루 일과가 거의 끝난 시간에 이렇게 불쑥 건네다니. 우구이스마루는 명치를 무의식적으로 쓸며 웃었다.
“이런. 정표를 건네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잖니.”
“이 영감이나 저 영감이나.”
단박에 투덜거리는 그녀는 미련 없이 뒤돌더니 말했다.
“다 실험해봤으니까 괜찮을 거야.”
실험? 우구이스마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답을 줄 주인은 벌써 회랑 끝을 돌아가 버리고 없었다. 우구이스마루는 보퉁이를 방으로 가지고 돌아왔다. 매듭은 헐거워서 금방 매무새가 풀렸다. 내용물은 찻잔이었다. 우구이스마루는 눈을 깜박였다.
“이건…….”
분명 얼마 전, 그녀가 깨먹은 찻잔이었다. 색깔 배합이 그와 닮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럴 리 없음에도 명치가 싸했다. 찻잔의 색은 여전했다. 금 간 자욱도 여전했다. 우구이스마루의 미간이 무심코 찌푸려졌다.
인간이란 아픈 구석을 아무렇지도 않게 헤집는다.
설령, 지금은 겉으로나마 드러나지 않을 지 언정.
우구이스마루는 그녀를 왜 찾았는지 어렴풋이 깨달았다. 다르다고 믿고 싶었던 걸지도 몰랐다. 애초에 찻잔과 자신을 동일시 하는 것부터다 어불성설이지만, 우구이스마루는 드물게 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깨져버린 찻잔, 얼기설기 이어 붙인들…?”
찻잔을 살피던 우구이스마루는 벙찐 얼굴을 했다. 분명 겉은 깨진 자국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안쪽은 멀쩡했다. 무슨 방도를 썼는지는 몰라도, 깨진 찻잔을 이어붙일 줄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손으로 쓸어보니 흙이 묻어 나오거나 하지도 않는다. 흙투성이 얼굴이 떠오른다. 분명 제 손으로 고쳤을 것이다.
우구이스마루는 헛웃음을 흘렸다. 명치를 쓸던 손을 내렸다. 아마 괜찮을 것이란 말은, 이 찻잔이 본래의 용도로 사용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일테다. 우구이스마루는 차를 우려 찻잔에 따랐다. 긴장하며 따르고, 한 김 식기를 기다렸다. 찻잔의 겉면은 여전히 금이 간 상태이나, 찻물이 새어나오지는 않았다.
우구이스마루는 새로 따른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향이 좋고 맛이 달았다.
“인간이란,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지.”
쎄하던 명치의 감각은 어느새 가라앉았다.
과거, 후쿠레가 있던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