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니]전력 : 등을 맞대다
+) 2017.03.05
+) 주의 : 이마노츠루기 극 수행 관련 네타 있습니다. 아직 이마노츠루기를 수행보내지 않아 스포를 당하기 싫은 분들은 읽지 말아주세요.
+) 오늘 우리 이마노츠루기가 수행 마치고 온 기념으로 ㅇㅂㅇ
+) 키워드 : 이마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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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5
검사니 전력:등을 맞대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마노츠루기.
호신도랍니다! 산죠의 단도이기도 하지요. 단도이기 때문에 품에 넣기 좋거든요.
음, 그리고… 지금 본성에서 제일 먼저 주인님의 허락을 받고 수행을 다녀온 첫 번째 검이에요.
첫 번째는 늘 두근두근하지요? 지금 막 돌아가는 길이랍니다.
사실 본성에 가까워질수록 조금 무섭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과거를 보고 와버렸으니까요. 요시츠네 공을, 그리고….
실은 조금 무서운 게 아니에요. 많이 무섭습니다. 본성은 저만치 보일 정도로 가까운데 발이 떨어지지 않아요. 많이 즐거웠었거든요.
그래서 무서워요. 주인님은 아셨을까요? 어떠셨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주인님께서는 수행용 짐을 손수 챙겨주셨어요. 귀찮은 건 안 좋아하시면서. 그러면서 늘 이렇게 상냥하게 해주신다니까요? 주인님도 참. 그러니까 그이들이 귀찮게 하는 거구요.
그런데 저는 그런 주인님에게 들떠서, 자랑만 했답니다. 요시츠네 공에 대해서요. 주인님은 역사를 잘 모른다고 하셨어요. 외우는 게 귀찮다고 하셨거든요. 그래도 다 들어주셨어요. 무표정이긴 하셨지만!
수행 첫째 날, 요시츠네 공을 만났다고 편지를 보냈어요.
수행 둘째 날, 요시츠네 공과 동행하게 된 편지를 보냈어요.
수행 셋째 날, 요시츠네 공이 죽고 제가 과거에 없던 검이라는 편지를 보냈어요.
주인님이 얼마나 가소롭게 여기셨을까요. 그렇게 방방 뛰고 좋아하며 예전 주인을 자랑하던 제가, 사실은 실존하지 않는 검이라는 것을 말이에요.
주인님에게 받을 시선이 두려워요. 제가 돌아갈 곳은 이제 주인님의 곁뿐인데, 주인님이 더 이상 이마노츠루기를 필요 없다고 내치면 어쩌죠?
아, 본성이 코앞이에요. 무서워요.
그런데, 그런데요.
너무 보고 싶어요, 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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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금살금. 이마노츠루기는 기척을 죽였다. 그녀가 보고 싶은데 그녀의 시선이 무서웠다. 제 발이 저린 탓이다. 한층 예민한 기감을 가지니 남사들을 피하기란 쉬웠다. 산죠의 검이 머무르는 방 근처에 츠루마루가 있었던 건 예상 외였지만, 그는 의외로 입을 다물어주었다. 방 안에는 미카즈키와 이시키리마루가 차를 마시고 있었다. 머뭇거리는 이마노츠루기를 보며, 미카즈키가 온화하게 웃음 지었다.
“이마노츠루기가 아니냐.”
“수행은 잘 다녀왔습니까?”
다정한 말투에 이마노츠루기는 눈물이 핑 맴돌았다.
“음? 이마노츠루기가 아닌가!”
이마노츠루기 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와토오시였다. 이마노츠루기는 이와토오시에게 달려들며 울음을 쏟아냈다. 미카즈키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닫았다. 본채에서 멀찍이 떨어진 방이니 조금쯤 소란스러워도 괜찮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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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가 바스락거린다. 츠루마루는 눈을 껌벅였다. 음료와 간식을 쌓은 쟁반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벽에 몸을 기댔다.
“주인이 어쩐 일로 앉아서 글을 읽어?”
“어쩐 일로 츠루 씨 주둥이가 얌전한가 했네.”
그녀의 말투가 신랄하다. 츠루마루는 껄껄 웃으며 그녀가 만지던 종이를 보았다. 이마노츠루기가 보낸 편지렷다. 츠루마루는 방금 전 기척을 죽이고 방에 들어가던 단도를 떠올렸다. 뭐가 그리 기죽을 일이 있어 방으로 돌아갔는지. 츠루마루는 목을 늘여 편지 내용을 보려 했다.
“씁, 저리 안 가지.”
그녀가 귀신 같이 알아채더니 츠루마루 입에 과자를 하나 물렸다. 츠루마루는 아쉬운 얼굴로 과자를 으적으적 씹었다. 단호한 반응으로 보아선 예민할 내용이 적힌 모양이다. 편지를 접더니 그녀가 옷깃 안쪽으로 쑥 집어넣는다. 이래서야 나중에 몰래 빼 볼 수도 없다. 츠루마루는 아쉬운 표정으로 과자를 하나 더 집었다. 음, 이거 맛있네.
이러니저러니 만사 귀찮아해도 결정적인 부분이 무르다. 이러니 우리 영감들이 환장을 하지. 츠루마루는 찻잔을 홀랑 집어들더니 태연하게 마셨다. 그녀는 츠루마루가 차와 과자를 마시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녀가 책상 위로 턱을 괴었다.
“츠루 씨.”
“엉?”
“이마노츠루기, 방에 있어?”
"푸훕-!“
“다녀올게.”
“주, 주인? 잠깐?”
츠루마루의 반응을 보더니 그녀가 몸을 일으켜 나가버렸다. 츠루마루는 벽에 기댄 몸을 허우적대다 엎어졌고, 그녀는 그 사이 쏙 나가버렸다. 이럴 때만 재빠르지! 츠루마루는 머리를 털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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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노츠루기는 방 안에 혼자 남아있었다. 산죠의 형제는 이마노츠루기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코기츠네마루에게도 괜찮다 위로 받았다. 사실 제일 위로 해주었으면 하는 이는 따로 있는데. 이마노츠루기는 방문에 등을 기대어 앉았다. 다들 일이 있어 방을 나가고 그렇게 혼자 남은 방이 널찍했다.
“보고 싶다, 주인님….”
그 때, 바깥에 기척이 났다. 이마노츠루기는 툇마루를 지나려는 남사려니 했다. 부엌이나 창고로 가는 길목은 이 쪽 길이 가장 빨랐으니까. 기척은 방문 앞에서 멈추었다. 이마노츠루기는 한참 울고 난 후라 기척을 눈치 채는 것이 늦었다. 이제 와서 기척을 내는 것이 더 이상할 지도 모른다. 이마노츠루기는 전장터에 나온 마냥 숨을 죽였다.
“혼잣말이야.”
방문이 끼익 울었다. 이마노츠루기의 등으로 스물스물 온기가 올랐다. 누군가 등을 기대고 있었다.
“난 역사도 모르고, 뭐가 얼마나 소중한 지도 모르겠는데.”
무덤덤한 목소리. 이마노츠루기의 눈에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누구나 소중한 유리구슬 같은 게 있는 거잖아. 그게 작은 거 여럿일 수도 있고, 큰 거 하나일 수도 있고. 나한텐 보석보다 귀한 걸 수도 있잖아. 유리구슬이란 거.”
“…….”
“내 보물 남한테 자랑한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그 유리구슬 누가 뺏어가지도 않아. 그리고 유리구슬 다음에 또 소중한 게 생길 수도 있잖아. 뭐, 그게 돌맹이든 뭐든간.”
이마노츠루기는 무릎을 끌어안았다. 무릎께가 점점 축축해졌다.
“그러니까 네가 소중한 거면 계속 소중하게 여기면 돼. 하나만 소중한 게 어딨어. 안 그래? 네 이름에는 ‘지금’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잖아. 그러니까 네가 소중하게 여기는 걸 계속 가지고 나가면 돼. 걱정하지 말고.”
얼마나 상냥한 말인가. 일부러 찾아와 저렇게 말해주는 그녀가 너무도 좋고 소중했다. 그러니까 그녀가 말하는 대로, 오늘까지만. 딱 오늘까지만. 오늘까지만 그를 기리자. 그리고 다가올 ‘지금’은 모두 그녀에게 바치자.
이마노츠루기는 숨을 죽여 끅끅 울었다. 맞닿은 등은 그저 따뜻하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