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센사니]
+) 2017.05.24
+) 본편은 꾸금 포함과 안 포함으로 두 편 올라갑니다. 꾸금 비밀번호는 블로그에서 찾으시면 됩니다.
+) 꾸금(이라고 우김) : http://katana-liya.tistory.com/65
+) 근데 꾸금이라고는 하는데 전혀 안 야합니다. 나도 에로 쫠깃하게 쓰고 싶다.....
+) 키워드 : 카센사니, 마음에도 없는 소리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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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센은 걸음을 재게 놀렸다. 품에는 이불이 한 아름 안겨 있었다. 바쁘게 정원을 가로 지르던 카센의 걸음이 문득 멈추었다. 정원이 가장 잘 보이는 다용도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다용도실이라고는 하나 자질구레한 소응접실 같아 한가한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었다. 혹 사용 후 문을 닫지 않았나? 카센은 혀를 차며 툇마루로 방향을 틀었다. 볕이 좋았지만 다용도실에까지 닿지는 않아 약간 서늘한 공기가 맴돈다. 카센의 눈이 열린 문 안을 훑었다.
“음….”
잠꼬대인지 입을 찹찹 다신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고인 침이 반짝 빛난다. 저거, 저거. 카센이 어이없어 하는 사이 결국 침이 넘쳐 입가로 질질 샜다. 이불만 아니었으면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었을 텐데. 카센은 일단 품에 안은 이불을 처리하기로 마음먹고 건조대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카센이 이불을 전부 널고 나니 두 시진은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그 사이 잠에서 깨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가 알기로 ‘그녀’는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이 못 되었다. 혹 자리에 없다면 다행이고, 있으면….
카센은 곱게 개켜진 담요를 들고 다용도실로 향했다. 다용도실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었고, 그녀는 여전히 꿀잠을 자고 있었다. 바뀐 것이라고는 볕을 피하기 위해 모로 누워 새우처럼 웅크린 자세뿐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카센은 탄식하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곱기는커녕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잔뜩 웅크린 자세라니. 전혀 우아하지 않다. 카센은 일단 담요를 펼쳐 그녀의 몸 위로 덮어주었다. 금세 온기가 도는지 담요 아래 몸이 굼질굼질 움직였다. 마치 애벌레가 실로 고치를 만들듯 이불을 몸에 둘둘 감는 모양새가 되고야 움직임이 멎었다. 어쩜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차질 않는지. 이쯤 되면 초기에 그녀를 도운 검들이 대단해질 지경이다. 카센은 혀를 찼다.
“앗, 카센 씨.”
“음? 미다레구나.”
아와타구치의 미다레 토시로가 복도 끝에서 달려왔다. 단도 특유의 가벼운 몸짓 탓인지 발소리는 거의 나지 않았다. 미다레는 무언가 찾는 중인지 오는 와중에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미다레가 이내 카센 근처로 와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센 씨, 혹시 주인 못 봤―.”
아. 고개를 기울이던 미다레의 시야로 담요 벌레가 보였다. 미다레는 그것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카센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저이는 여기서 두 시진 넘게 자는 중이란다.”
역시나. 미다레는 한탄했다. 카센은 미다레의 탄식을 듣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 큰 처자가 이래서 시집이나 갈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카센이 이불 위를 도닥거렸다. 미다레는 묘한 시선으로 카센과 잠든 주인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있지, 카센 씨.”
“말하려무나.”
“주인을 시집보낼 생각, 있기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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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에 매단 풍경이 옅게 흔들렸다. 미다레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창 지열이 올라와 더운 날에도 주인은 이마에 약하게 땀이 배인 게 전부였다. 그런 그녀의 땀을 손끝으로 훔치며, 카센이 고개를 기울였다.
“아니?”
미다레의 시선이 카센을 향했다. 카센은 뒷말을 덧붙였다.
“시집 보낼 생각은, 추호도 없단다.”
그럼 그렇지. 미다레의 시선을 받으며 카센은 우아하게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