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검난무/미카른

[만바미카]

달月 2017. 5. 31. 01:45



+) 2017. 05. 30


+) 수지님께 드리려던 만바미카인데 뒷내용 안 써져서 다른 걸로 쓰려고 드롭합니당


+) 만약 더 생각나면 쓸지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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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은 갑작스러웠다.


혼마루는 어느 정도 평안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연도가 높은 도검들도 제법 수가 늘었다. 사니와 또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그런 순조로운 한 때.



“에?”



사니와는 주룩 흘러내린 안경 너머로 눈을 끔벅였다. 안경 너머로 흐릿한 덩어리가 보인다. 아, 진짜 올해는 수술을 하던가 해야지 원. 사니와는 안경을 다시 쓰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래도 사흘째 철야 중이라 헛것을 들은 모양이었다. 드물게 먼저 독대를 청한 야만바기리가 무릎을 꿇은 채 앉아있었다. 사니와의 말에도 미동이 없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침묵했다.



“잠깐, 내가 뭘 들은 거야.”



사니와는 결국 안경을 벗었다. 철야가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오늘따라 얼굴이 안 보일 정도로 거적대기를 눌러 쓴 야만바기리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그리 오래 앉아있지도 않았는데 안절부절 못하는 모양이라니. 사니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수상하다. 매우 수상하다. 사니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야만바기리를 보았다. 제풀에 찔린 그가 어깨를 움찔 떨었다.



“야만바기리.”


“.......”


“무슨 말인지 다시 말 해볼래?”


“....그, 그러니까.”


“그러니까?”


“....것 같다.”



야만바기리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웅얼댔다. 사니와는 모기마냥 작은 목소리에 고개를 내저었다.



“응? 안 들렸어. 똑바로 이야기 해 봐.”


“내가.....한 것 같다.”


야만바기리가 조금 더 힘주어 말했으나, 여전히 목소리는 기어들어가는 모양이라 들리지 않았다. 사니와가 한 번 더 재촉했다.



“야만바기리.”



야만바기리가 벌개진 얼굴을 벌떡 들었다. 그 기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얼굴을 가린 천이 뒤로 넘어가 얼굴이 드러날 정도였다. 기세에 밀린 사니와가 저도 모르게 몸을 뒤로 조금 물렸다. 야만바기리는 새빨개진 얼굴로 또박또박 소리쳤다.



“내가!! 미카즈키 무네치카를!! 임신시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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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는 서늘했지만 볕은 따뜻하다. 평소처럼 툇마루에 앉은 미카즈키가 찻잔을 매만졌다. 바람이 부니 가벼운 한기가 든다. 추위에 약하긴 하나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기력이 좀 허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야겐에게 물어볼까. 그러고보니 얼마 전 야겐과 야만바기리가 제법 심각한 얼굴로 대화한 것도 같다. 늙은 몸이라 약해졌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연련을 최고로 높인 몸이라 쉬이 당하진 않겠지만 어찌 앞날을 알 수 있을까. 덕분에 노상 느긋한 날을 보내는 중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