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심리스라고 불러주세오

 

+) 소우자*사니와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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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6-07

검사니 전력 : 눈(雪)

 

 

 

눈이 내렸다.

 

 

Side.소우자 사몬지

 

 

“이런. 눈이 내리는군요.”

 

“…빨래, 걷지 않으면.”

 

“부탁합니다, 사요. 저는 빗자루를 꺼내와야겠어요.”

 

“…응.”

 

 

소우자는 사요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이리 눈이 온다면 오늘 귀환할 예정인 부대가 조금 힘들어질 터. 그 안에는 코우세츠 사몬지도 있다. 되도록 그들이 편히 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맞을 터. 소우자는 조금 걸음을 빠르게 하였다.

 

눈에 띌 정도로 눈발이 컸다. 눈송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하늘에서 쏟아진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이 정도면 한 시간만 있어도 손가락 한마디는 쌓일 것이다. 눈이 엉겨 얼기 전에 조금이라도 쓸어두어야 한다.

 

소우자는 빗자루를 들고 많이 지나다니는 마루를 쓸기 시작했다. 낙엽을 쓸 때와는 또 다른 소리가 조용히 번졌다. 급한 대로 앞마당을 쓴 후, 소우자는 빗자루를 들고 뒷마당을 향했다. 뒷마당은 자갈 정원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분명 다치는 남사가 나올 게 뻔했다.

 

 

“음?”

 

 

얼마나 서 있던 것일까. 그는 자갈 정원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는 이를 발견하고 입을 벌렸다. 혼마루의 주인이었다.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두텁게 쌓인 눈을 보자니 꽤 오래 서 있었을 것이다. 소우자는 빗자루를 내동댕이치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대체 이게 무슨.”

 

“소우.”

 

“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빨갛게 얼은 코끝이 시야에 유독 박혔다. 소우자는 눈가를 찡그리며, 그녀의 머리에 쌓인 눈을 털어내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녀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무표정한 얼굴에 장난기를 담아 웃었다.

 

그녀의 감정표현은 매우 드물다. 때문에 소우자는 별 것 아닌,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그 웃음에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포대기 닮았지?”

 

 

그리고 한다는 말이, 야만바기리와 닮았냐는 것이다. 소우자는 두 번째 야만바기리가 그녀를 안고 걸어오던 새벽을 떠올렸다. 다시금 속이 부그르르 끓어올랐다. 그럼에도 그는 특유의 비소를 지으며 눈을 전부 털어냈다.

 

 

그것이, 야만바기리의 흔적이라도 되는 양.

 

 

“으, 뭐야. 왜 말도 안 하고 털어.”

 

“퍽이나 닮았겠습니다. 미련하게 그 흉내 하나 내려고 지금 이러고 있는 것이라면, 당신. 정말 멍청하네요.”

 

“그래도 이런 함박눈은 오랜만이고.”

 

“변명 그만하세요. 뒤처리는 누가 한다고 생각하나요.”

 

 

싸늘한 일갈에도 그녀는 멀뚱히 소우자를 바라볼 뿐이었다. 새카만 눈동자는 빛에 일렁이는 구석도 보이질 않는다. 때로는 어느 생각인지 알 수 없어 내심 겁을 집어먹게 되는 색이다. 그녀가 무언으로 응시하는 순간만큼 손에 땀을 쥘 일은 거의 없으니.

 

소우자는 내심 긴장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 어깨, 그 외에 쌓인 눈을 세심하게 털어내었다. 길을 녹이기 위해 따뜻한 물을 끓여두라 하였기만 그것은 급한 대로 그녀가 씻을 목욕물로 써야 할 것 같았다.

 

 

“어서 들어가지요. 어쩌면 이리도 미련할까.”

 

 

소우자는 그녀에게 어느 말이 나올 새라 그녀의 등을 떠밀었다. 그녀의 몸에서 그의 손으로, 냉기가 훅 스며들었다. 그에게 순순히 밀려가던 그녀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소우.”

 

 

소우자는 그녀를 밀던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녀는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나, 구운 떡이 먹고 싶어.”

 

 

꿀이랑 간장소스를 잔뜩 바른 것으로. 그녀의 목소리에 소우자는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삼켰다.

 

 

“—알았으니 어서 들어가요. 들어가서 당장 뜨거운 물에 씻는 것이 좋을 테니.”

 

“네에.”

 

 

소우자의 손이 그녀의 등에서 떨어졌다. 소우자는 멈추었고, 그녀는 느릿느릿 혼마루로 향했다. 그녀가 완전히 내실로 들어가고 나서야, 그는 자리에 쪼그려 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당할 수가 없네요. 당신이란 인간은.”

 

 

구운 떡. 꿀과 간장 소스를 듬뿍 바른 것으로.

 

 

그것은 소우자가 혼마루에 들어와 부엌일을 할 때, 그녀가 다가와 야식을 주문했던 적이 있다. 마땅한 것이 없었던 터라 말린 떡을 숯에 오래도록 구워 꿀과 간장으로 만든 소스를 발라 내어준 적이 있었더랬다.

 

그것을 먹인 것은 단 한 번.

 

수많은 간식을 먹었을 그녀가 이제와 새삼, 그것을 요구하는 것은….

 

소우자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희게 호흡이 번졌다.

 

 

“아아. 마왕, 그보다 더한 분.”

 

 

탄식어린 혼잣말이 눈 쌓인 자갈 정원에 스며들었다.

 

 

뽀득, 뽀득. 고운 눈 이불 위로 작은 발자욱 곁에, 큰 발자욱이 나란히 자리했다.

Posted by 달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