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24
+)머랭님(@mkchka)의 달성표 보상.
+)너무 길어져서 잘라 올리기루....ㅇ)-<
+) 키워드 : 키잡, 우구미카, 호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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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비젠의 땅을 다스리는 자는 매우 독특하였다. 여느 자들과 달리 뻐기거나 으스대는 일은커녕, 얼굴조차 잘 내비추지 않았다. 뛰어난 지주가 아닐지언정, 비젠의 거주민들의 걱정거리에 포함되지 않는 지주이기도 하였다. 무릇 아랫것이 모르는 웃사람이야말로 으뜸이라 하던가. 그러하다면 비젠의 지주는 매우 훌륭한 웃사람이 분명하였다.
비젠의 지주, 달리 부르길 ‘고비젠’이라 불리웠다. 현재 그 훌륭한 웃사람, 고비젠께서는 무얼 하시는가 하니, 한가로이 높은 마루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봄을 알리는 연한 새싹에 그늘이 지면 저러할까. 파릇하면서도 진중한 녹색 머리카락을 하나로 낮게 묶은 모습이 아름다운 사내였다.
고비젠은 무탈주의자였다. 안전주의자와는 달랐다.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무탈하다’고 여기는 방향을 전진했다. 타고난 운이 따른 탓인가, 지주가 향하는 방향은 늘 긍정적인 쪽으로 흘렀다. 물론 진행 과정에 일어난 일은 매우 ‘사소한 것’으로 치부, 별 것 아닌 듯 넘기기 일쑤였다. 아주 주관적인 판단으로.
차치하고, 고비젠이 고민하는 일은 많지 않다. 그러나 간혹, 그가 고민에 빠지는 일이 생기곤 했다.
“고비젠님, 객이 오셨습니다.”
“으음?”
아래서 조용히 고하는 시종을 보며 고비젠, 우구이스마루는 고민했다. 객의 방문을 알리는 날이면 조용히 지나가는 일이 없던 탓이다.
“객?”
우구이스마루는 잠시 생각했다. 문득, 오래 전 홀연히 가출한 형제가 떠올라 반색했다.
“혹시 오오카네히라가 방랑을 마치고 돌아왔나?”
“미츠타다 도련님과 아오에 도련님이십니다.”
시종은 공손히 말을 잘라냈다. 우구이스마루의 표정이 조금 가라앉았다. 철없는 것.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고개를 내저었다.
“벡부, 우리 왔어.”
사철잎을 닮은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가늘게 휘어지는 눈매는 어린 것이 치기엔 요사스럽기까지 했다.
“무엇하러.”
일견 퉁명스레 느껴지는 말이었으나 아오에는 개의치 않았다. 우구이스마루의 관심은 늘 오오카네히라, 숙부의 행방이었다. 아마 그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변하지 않겠지. 애초에 아오에는 우구이스마루의 태도에 썩 기대는 편이 아니라 상관없었다. 미츠타다는 별개인 것 같지만. 지금만 해도 제법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귀엽기는.
“숙부, 좋은 소식과 귀찮은 소식이 있는데.”
“둘 다 듣지 않아야겠어. 돌아가.”
우구이스마루는 고민하는 척조차 하지 않았다. 아오에가 난처하게 눈썹을 내렸다. 아예 안 고를 줄이야. 이번 대답은 아오에조차 예상하지 못했다.
“아무리 선택권이 없다지만 좋은 소식도 내치기야?”
“귀찮은 소식이 달렸다면 좋은 것만도 아닐테지.”
네가 물고 온 소식 중에 귀찮지 않은 것은 없었어. 우구이스마루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차를 머금었다. 첫맛은 상쾌하고 끝맛은 달았다. 오늘도 좋은 차를 마실 수 있어 그는 행복했다. 태도에 신경 쓰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아오에는 오기가 치밀어 올랐다.
아오에는 미츠타다와 함께 대청 쪽으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그 와중에 발소리는 없다. 우구이스마루가 차를 다시 머금었다. 아오에가 먼저 우구이스마루 앞에 앉았고, 미츠타다는 그 뒤에 머뭇머뭇 앉았다.
아오에가 도발하듯 우구이스마루에게 쏘아붙였다.
“사소한 건 신경 쓰지 않는 백부답지 않은데.”
“사소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저, 백부, 그래도 일단 숙부한테 온 연락인데.”
아오에 뒤에서 조용히 서 있던 미츠다다가 작게 웅얼거렸다. 정원에 정적이 맴돌고, 시시오도시가 맑게 울렸다. 우구이스마루가 찻잔을 내려두고 몸을 돌렸다. 이야기를 듣겠다는 표시였다. 그럼에도 온화한 표정에 탐탁찮은 기색이 스몄다.
“원, 좋은 소식보다 귀찮은 소식이 걸리지만.”
어쩔 수 없지. 오오카네히라의 소식이라면. 우구이스마루는 고개를 까닥였다. 아오에는 심퉁한 얼굴로 편지를 하나 꺼냈다.
“편지가 왔어. 백부가 그렇게 기다린 숙부 편지.”
“그 아이는 어찌 네게 편지를 보냈다니. 뭐, 이도 그 아이답구나.”
아오에가 시종에게 편지를 건네고, 시종이 공손히 우구이스마루에게 그것을 전했다. 바스락거리며 종이가 열리고 우구이스마루는 글자 하나하나에 집중하여 그것을 읽었다. 시시오도시가 따악, 딱 울렸다.
우구이스마루가 편지를 내려두고 한숨을 폭 내쉬었다. 아오에가 이죽거리는 웃음을 띠웠다.
“백부, 숙부가 뭐래?”
“오오카네히라는 당분간 더 방랑할 모양이네. 그보다, 귀찮은 일을 떠안아야 한다니.”
“안 할 거야?”
우구이스마루가 물끄러미 아오에를 내려 보았다. 어린 얼굴에 이죽거리는 웃음이 영 얄밉다. 다 알고 물어보는 어리고 영악한 조카를 보며, 우구이스마루가 성의 없이 쥘부채를 펼쳤다.
“그 아이가 부탁한 걸 어찌 아니 들어주겠니. 곤란한 아이라니까, 오오카네히라는.”
언뜻 웃음기를 머금은듯, 혹은 무심한 듯 보이는 눈동자가 빛났다. 아오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미츠타다는 조금 곤란한 듯 웃었다.
딱!
요상한 공기 사이로 시시오도시가 울렸다.
“해서, 어디에 있니?”
>
우구이스마루는 편지를 한 번 보고 고개를 들어 발 너머 그림자를 한 번 보았다. 편지와 발 너머를 번갈아보길 두어 번, 우구이스마루는 곧 의미 없는 행동임을 인지하고 그만두었다. 발 너머 그림자는 작았다. ‘그것’은 그림자 셋 중에 가장 작았다. 제법 어리다 생각한 아오에보다도 작아보였다. 우구이스마루가 쥘부채를 펴 입가를 가렸다.
“으음.”
오오카네히라의 부탁이라지만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저 작은 것을? 편지를 다시 내려 보는 우구이스마루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참으로 귀찮은 일이 되었다.
어찌할까….
우구이스마루가 팔걸이에 몸을 가볍게 기댔다. 작은 그림자 뒤에 앉은 아오에와 미츠타다가 움찔댄다. 분명 제 마음을 짐작한 것이리라. 기실, 우구이스마루는 귀찮다 여긴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철회를 하지 않는 편이었다. 매우 드물어 주변이 모를 뿐, 그 또한 꿋꿋하게 방랑을 고집하는 오오카네히라의 형제다운 면모가 그득했다. 드물게 그런 성질을 아는 것이 발 너머에 앉은 어린 조카들이다. 우구이스마루는 부채에 가린 입매를 빙그레 끌어올렸다.
“사흘.”
“?”
역시 내치자는 생각과 동시에 들린 목소리였다. 조카들의 목소리와는 달랐다. 우구이스마루의 입이 닫혔다. 문득, 작은 그림자와 시선이 마주친 기분이 들었다.
짙은 어둠 속, 안개 낀 밤에 올려다보는 조각달이, 발 너머에 있었다.
“넉 달에 하루면 됩니다.”
“넉 달에.”
“하루?”
이해하지 못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오에와 미츠타다 또한 어리둥절하게 말 조각을 되삼켰다.
“넉 달에 하루, 그렇게 사흘만 주십시오.”
묘한 목소리였다. 공기를 울려 귓속에서 웅웅 울리는 느낌이다. 우구이스마루는 눈을 잠시 감았다. 넉 달에 하루, 사흘. 허면 길어야 일 년 남짓이다.
“그리 하시면 달에 한 번, 그리운 이에게서 소식이 닿으실 것입니다.”
“한 해 남짓이란 말이로구나. 네가 이곳에 머무는 기한은.”
“맞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저에게 사흘만 주시면 됩니다.”
“당신, 이라.”
오래도록 들어보지 못한, 아닌 호칭이다. 게다가 그리운 이에게서 소식이라. 분명 오오카네히라겠지. 편지를 들려 보낸 것도 그 아이일 것이다. 우구이스마루의 생각이 긍정으로 기울었다.
“좋아. 마침 오늘이 달이 시작하는 초하루구나. 그대는 넉 달에 한 번. 그대 말한 대로 초하룻날에 나를 찾아오려무나.”
발 너머 그림자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얼굴조차 보지 않은 만남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리고, 우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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