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라이는 사랑입니다

 

)상종하기 싫은 또라이와 소심한 또라이

 

 

-------------------------

 

 

 

05. 이치고히토후리+츠루마루(15.08.12)

 

 

작은 창부터 미닫이문까지 두터운 천을 붙인 탓에 방은 어두웠다. 방의 주인인 그녀는 방에 앉아 이를 득득 갈고 있었다. 평소라면 다른 도검들이 속옷만 입었다며 꺅꺅거릴 유카타만 입은 채.

 

 

"하..그새끼'들'을 어떻게 조지지."

 

 

그녀는 분노를 조용히 불태우며 무늬 하나 없이 그저 속옷의 역할일 흰 유카타만 쥐어뜯었다. 그녀가 있는 곳은 신들의 눈을 가릴 수 있다는, 오래된 저택이라면 하나씩 가지고 있을 그런 작은 방이었다. 분명 과거에 산실로 썼을 방은, 지금 그녀를 훌륭히 가둘 구금소가 되어있었다. 혼마루에 어떤 소동이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녀을 방에 가둔 잡놈들에 대한 도검들의 신뢰도는 결코 낮지 않다. 뭐든, 했겠지. 뭐든.

 

 

"..새삼 생각하니 열나네."

 

 

그녀 또한 그들을 '신뢰'한 탓에 이 꼬라지가 되었으니. 그러나 그녀가 상황에 수긍할 이유는 전혀 없다.

 

 

"오오, 깨어있던가. 그대."

 

 

어두운 방에 순간 밝은 빛이 터졌다. 간극에 적응하지 못한 눈가를 찡그리며 그녀는 욕지거리를 뱉었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은 빛을 힘들어했다. 때문에 그들을 밀치고 뛰어갈 순간을 잡지 못했다. 분명 이건 저 새대가리 노친네가 아니라 딴 놈 머리에서 나온 생각일 거다.

 

 

"응, 오늘은 일찍 깨었구나."

 

 

싱글싱글 웃으며 무릎걸음으로 다가온 그의 얼굴을 발로 걷어찼다. 뻑! 소리가 나며 그가 요란스레 뒤로 뒹굴었다. 저런 거라도 없으면 울화통으로 죽었을 것 같다. 멀쩡히 뒷머리를 긁으며 웃어재끼는 사내놈을 보니 다시 열받았다.

 

 

"으아, 놀랐구만. 그대, 그리 버릇이 험하면 쓰나."

 

"멀쩡히 일어나는 새끼가 그런 말 해봤자거든."

 

"으하핫, 그래. 그게 그대 매력이지."

 

"씨발."

 

 

신경질도 말이 통해야 내는 법이다. 미친놈에게 아무리 말한들 벽에 대고 말하느니 못하다.

 

 

"이야, 그래도 놀랍구만. 신의 눈을 피하는 방이라니."

 

"이런 면모는 가끔은 쓸모가 있는 것 같네요. 좋은 아침입니다, 주군. 밤새 평안하셨습니까."

 

 

그녀의 미간이 와락 구겨졌다.

 

미친 놈이 하나 추가되었다. 바르게 제복을 입고 사람 좋게 웃는 저 새끼가 제일 시커먼 놈이다.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주군. 요 며칠 통 안 드셨잖습니까. 이 이치고히토후리, 주군을 챙기지 못하는 불충에 가슴이 아픕니다."

 

 

기가 차고 코가 막힐 일이다. 그녀가 썩은 표정으로 이치고를 올려보았다. 이치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희게 웃어보였다.

 

 

"그렇게 보시면 부끄럽습니다, 주군."

 

"..미친."

 

"응? 무어냐. 이치고만 보지 말고 나도 봐주어."

 

"둘 다 꺼지고 여기서 날 꺼내."

 

 

그녀가 으르렁대며 쏘아붙이자, 사람 좋게 웃던 두 도검이 환하게 웃었다. 그럼에도 등골이 오싹한 이유는 무얼까. 그녀는 애써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주군은"

 

"그대는"

 

""여길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구동성으로 답한 그들이 문을 닫고, 컴컴한 방 한가운데 묶인 그녀에게 다가갔다.

 

 

"기왕 산실이잖는가."

 

"그렇군요. 저는 주군을 닮은 따님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오오, 그거 참 좋은 생각이로군."

 

"미친, 꺼져!"

 

 

그녀가 뒷걸음질 쳤다. 그들이 손을 뻗어 그녀를 조심히 잡아 당기며 속삭였다.

 

 

이곳에서 영원히 행복해지도록 합시다.

 

 

 

 

 

06. 오오쿠리카라

 

 

 

"밤토리, 여기서 뭐해?"

 

 

마루에 멍하니 앉아있던 오오쿠리카라가 고개를 돌렸다.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 주인이 있었다. 오늘도 머리를 틀어올리고, 소매를 걷어붙인 그녀는 빨래바구니를 안고 있었다.

 

 

"볕이 좋지. 나도 멍때리고 싶은데."

 

 

그가 그녀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녀 얼굴에 확연히 드러난, 부럽다는 감정이 그에게 오롯이 박혔다.

 

 

"..그럼, 앉았다 가던가."

 

 

툭 튀어나온 말은 그도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그녀도 예상치 못한 말에 눈을 끔벅였다.

 

 

"기특해라."

 

 

일순 번져가는 웃음에, 이번엔 오오쿠리카라가 벙쪘다. 주인은 저런 표정도 지었나? 그녀가 그에게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음에 같이 볕 쬐자. 둘이서."

 

 

그녀는 다시 빨래바구니를 안고 멀어졌다. 둘이서. 오오쿠리카라는 그 단어를 입에서 굴렸다. 딱히 다른 이들과 친해질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녀가 다른 이들과 친해지는 건..싫을 것 같다.

 

 

다음에, 둘이서.

 

 

"...둘이서."

 

 

오오쿠리카라의 눈동자가 어둡게 빛났다.

'도검난무 > 또라이 시리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또라이 02  (0) 2015.08.11
또라이 01  (0) 2015.08.10
Posted by 달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