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문 모음2

-계정을 (@katana_liya)로 옮긴 후 나온 아이들

-여러분 초기 검은 소중히 여깁시다...윽윽윽 ㅠㅠㅠㅠㅠㅠㅠ 내 포대기ㅠㅠㅠㅠ

-시간순 연성. 트위터보다 약간 내용 덧붙임.

 

 

 

 

 

05. 꿈(15.08.01)

 

그녀의 미간은 사정없이 구겨진 채였다. 늘 게으름으로 충만한 그녀답지 않은 표정이었다. 분위기 파악이 땅을 치고 내려가는 츠루마루조차 그녀를 슬슬 피할 지경이니, 말 다했다. 호타루마루가 슬그머니 그녀 옆에 앉았다.

 

 

주인, 무슨 일이야?

 

음? 응. 호타루.

 

주인, 무슨 일 있어?

 

 

호타루가 고개를 기울이자 사니와는 구겨진 미간을 폈다. 그녀는 애를 싫어하지만, 눈치 빠른 이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제게 속한 이면 더욱이. 라기 보다는, 정정. 그녀는 단지 귀찮아할 뿐이다. 본인이 복잡할 때 더 복잡하게 만드는 상대를.

 

그런 그녀가 이 더운 날 귀찮음을 무릅쓰고 인상을 쓴다? 츠루마루가 어디서 개구리떼를 몰고온 게 아니라면 대체 무슨 일일까. 호타루마루는 그녀의 답을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한참 입을 다물고 있던 그녀가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꿈을 꿨는데, 기억이 안나.

 

...헤?

 

자꾸 누가 부르는데, 누군질 모르겠어. 우리집 애는 아닌데. 숙면 방해도 짜증나는데 정체도 모르고 날은 덥고.

 

 

아하. 호타루는 그녀가 짜증난 원인을 눈치챘다. 무언진 몰라도 꿈 때문에 잠을 설쳐서 저런 모양이었다. 확실히 최근 들어 갑자기 뜨거워지긴 했다. 검들이 그렇게 느낄 정도면 그녀가 느끼기엔 좀 더 심했을 것이다. 호타루마루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예지몽, 혹은 지시몽일지도 모르겠군요.

 

 

뒤에 조용히 앉아있던 이시키리마루가 답했다.

 

 

주군은 그런 감(感)이 강한 편이니.

 

헤에, 주인이?

 

 

호타루는 새삼스럽단 얼굴로 그녀를 응시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가 중얼거렸다.

 

 

아, 누군진 몰라도 내 앞에 나타나면 디졌어.

 

.......

 

.......

 

 

누군지는 모르나, 부디 검이라면 주인의 손으로 박살나지 않기를. 이를 뿌득뿌득 갈아대는 주인의 곁에서, 호타루는 이름 모를 검을 위해 기도했다.

 

 

 

 

06. 포대기 파괴(15.08.02)

 

주인이 쓰러졌다. 늘 원정에서 돌아오면 수고했다 가벼이 머리를 털어주던 손길은 없었다. 부서진 야만바기리의 잔해를, 호타루마루가 그녀에게 전했다. 늘 멍해보이던 그녀의 눈동자가 또렷해지고, 그 잔해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모습까지 우리는 그저 지켜보았다.

 

주인은 손끝 하나 떨지 않았다. 분명 전에도 와키자시 하나가 부서진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는 그녀가 막연히 괜찮으리라 여겼다. 그녀가, 야만바기리의 칼조각을 삼키기 전까진.

 

 

"주인!"

 

 

가장 가까이 있던 미츠다타가 그녀의 턱을 쥐고 등을 두들겼다. 피투성이 쇳조각이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제정신이냐 화내던 호타루마루가 멈추었다. 어느새 흐려진 눈동자에서 눈물이 툭툭 떨어지고 있었다.

 

 

"포대기... 내 포대기.."

 

 

그제야 생각이 미쳤다. 녀석은 주인의 첫 검이었다. 언제나 귀찮음에 집안일조차 귀찮아하던 그녀가 날붙이 조각을 삼키려 했고, 울고있다. 카슈는 가슴에 묵직한 돌덩이가 내려앉은 기분이었다.

 

피 섞인 침이 울음에 섞여 눈물처럼 떨어졌다. 아무도 그 모습에 더럽다 말할 수도 없었다. 그녀의 머리에서 멋없는 나무 장식 하나가 뚝 떨어졌다. 그녀는 그것을 쥐고 한참을 땅 위에서 웅크리고 울었다.

 

그런 그녀의 곁을, 카슈는 말없이 지켰다. 모두가 수리실에 들어갔음에도, 부러진 발목의 통증조차 무시한채, 그저 울고 있는 주인의 곁을.

 

 

 

07. 일사병(15.08.03)

 

"당신이라는 사람은, 정말."

 

"뭐."

 

"그지경이 되도록 밭에서 일하는 행동이라니."

 

"그럼 굶기랴."

 

"그정도는 알아서 할 수 있습니다."

 

"쇼쿠다이도 없는데 퍽이나 구분하겠네."

 

 

코세츠는 한마디도 지지 않는 그녀의 대꾸에 미간을 찌푸렸다.

 

평소의 게으름은 어디에 버렸는지 무리하게 밭일을 하다 대자로 널브러진 게 바로 두시간 전이다. 다도실에서 나오던 코세츠가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일사병이 아니라 열사병에 허덕였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주인이라는 사람은 제 잘못 아니라 버팅긴다. 고집도 이런 고집이 없다. 코세츠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찬 물에 적신 수건을 그녀의 이마에 얹었다. 발갛게 익은 피부가 아픈지 연신 손가락을 옴질거린다. 그러면서 센 척은.

 

 

"어차피 원정대의 귀환은 빨라야 내일입니다. 뭐가 그리 급했습니까."

 

"밭을 보니까 한 번 해볼까 싶어서 한 거 뿐야."

 

 

문제는 이이가 한번 마음 먹은 일은 어지간하지 않으면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밭일 또한 끝이 없으니 굳이 끝을 보겠다며 달겨든 것이 눈에 선하다. 코세츠는 아직 속열이 내리지 않아 벌건 그녀의 뺨에 제 손을 대었다.

 

 

"무리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이곳 혼마루는 당신의 것이 아닙니까."

 

"네 말을 들으면 내가 바보 같은데."

 

"틀리지는 않군요."

 

 

에라이. 그녀의 투덜거림이 손바닥으로 전해진다. 코세츠는 슬그머니 즐거운 마음이 솟는 듯 했다.

 

 

"그러고보니 오늘 당번은 누구였습니까?"

 

"떠벌이."

 

 

코세츠는 소리없이 몸을 일으켰다.

 

 

"코세츠?"

 

"원래 당번 녀석을 데리고 올테니 당신은 한숨 푹 주무세요, 주인."

 

 

빙긋, 미소짓는 그의 박력에 그녀는 이마에 놓인 물수건을 슬그머니 끌어내렸다.

 

음, 미안해, 떠벌아. 나중에 맛있는 거 해줄게. 그녀는 속으로 카센에게 애도를 표하며 스르륵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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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달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