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3.12
+) 밍기적거리다 지각: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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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2
검사니 전력:꽃샘추위
입동도 지났고 공기도 제법 봄이 온 태를 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남사들의 옷차림도 그럭저럭 가벼워졌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달이 바뀌었다. 대청소를 위해 문을 열어젖힌 호리카와 쿠니히로는 경악했다. 동시에 채신머리 없이 비명을 질렀다. 호리카와의 성격상 비명 지를 일은 많지 않다. 제일 먼저 달려온 것은 가까이서 어슬렁어슬렁 걷던 히게키리였다. 그리고 소우자 사몬지와 카센 카네사다가 도착했다. 히게키리는 방 안을 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소우자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고 카센은 이마를 짚었다.
“어쩐지 난방도구가 모조리 없더니!”
코타츠와 난로, 두툼한 이불과 겨울 겉옷. 누가 봐도 겨울나기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그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방해꾼의 방에 모여 있었다. 빗지 않아 부스스한 머리는 대충 묶어 올이 이리저리 삐져나왔고, 콧등은 기름기로 반들거렸다. 코타츠 위로 귤껍질과 과자봉지가 수북했다. 차근차근 방을 훑는 그들의 눈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본성을 대대적으로 청소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겨울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불뭉치를 처리하는 게 시급해 보였다.
차례로 도착한 남사들은 이불뭉치를 보고 차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카센은 사니와의 격을 중얼거리며 두 번 절망했다. 모노요시는 난처한 듯 뺨을 긁적였다. 마치 실연을 당한 여자아이의 방 같네요…. 조용히 중얼거린 말에 누군가 답했다. 차라리 그런 이유면 말을 안 하지. 남사들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으, 추워.”
남사들이 술렁이던 말던 그녀는 어깨 위 한텐을 다시 여몄다. 그들이 뭐랬든 그녀는 여전히 추웠다. 추운 건 질색이다. 겨우 덥힌 온기가 활짝 열린 장지문으로 빠져나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추워, 나가.”
“맞아, 나가.”
맞장구치는 말이 늘었다. 히자마루가 외쳤다.
“형니이이임!”
어느새 히게키리는 코타츠에 쑥 들어가 있었다. 하반부가 뜨끈뜨끈 풀리는 감각이 노곤했다. 히게키리는 귤을 집어 들었다. 히자마루도 얼굴을 가렸다. 안 돼, 형님도 나오긴 틀렸어….
“주인, 봄이란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잖니.”
카센이 정신을 가다듬고 그녀를 달랬다. 적어도 코타츠는 정리하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들은 체도 않고 히게키리의 손에 있던 귤을 빼앗았다. 내 거야. 히게키리는 조금 시무룩하게 귤 뺏긴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형니이이임…. 히게키리가 무너지니 히자마루도 무너졌다. 카센이 도움을 청하려는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호리카와 군.”
“아깐 놀라서 비명을 질러버렸지만…, 저는 주군을 못 이겨요. 카센 씨.”
못 이긴다고 한 발 빼버렸다. 사실 그녀를 이길 인원이 누가 있겠냐만은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코타츠, 저 빌어먹을 코타츠만이라도! 카센의 눈이 쇼쿠다이키리를 향했다. 그는 마른 침을 삼키고 사니와에게 말을 걸었다.
“있지, 주인.”
“나가.”
응…. 말을 꺼내기도 전에 쇼쿠다이키리는 침몰했다. 모노요시 또한 발을 뺀 지 오래였다. 사니와는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카센에게 말했다.
“2주.”
카센은 고개를 내저었다.
“내일.”
사니와는 고개를 기울이더니 귤을 입에 넣었다. 한참을 우물거리다 다시 입을 열었다.
“2주.”
카센은 도리질쳤다.
“사흘!”
가재도구는 정리할 때 한 번에 해야 한다. 정리할 때도, 나중에 쓸 때도 힘들기 때문이다. 살림 사는 법이나 알고 저러는 건지! 카센의 타협에도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2주.”
“주인! 2주는 해도 해도 너무 하단 생각 안 드니?”
“그럼 나가.”
“주인!”
협상이나 장사치의 기질은 없으면서 이럴 때만 머리가 돌아간다. 결국 방을 못 치워 뒤로 넘어가는 건 남사들 쪽이다. 카센은 부들부들 떨며 타협을 내놓았다.
“1주! 이 이상은 안 돼! 이미 봄에 쓸 것을 정리하기에도 너무 늦은 시기야.”
“알 게 뭐야. 2주.”
히게키리는 느긋하게 차를 우렸다. 결국 그는 요 작은 폭군에게 굽힐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3월 찾아온 꽃샘추위에 결국 보라색 모란은 고개를 숙였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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