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4.30
+) 지각이 습관적인 나란 사람...
+) 전반적으로 검->사니인데 겐지의 비중이 큽니다.
= = = = = = = = = = = = = = = = = = = =
2017.04.30
검사니 전력:유혹
시작은 단순했다.
“좋아, 밤이고 하니 허들을 좀 올려볼까?”
“오, 니혼고.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나보지?”
니혼고는 까끌하게 수염 난 턱을 문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술자리에 내기가 빠지면 쓰나. 니혼고의 말에 남사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그에게 쏟아졌다.
“기왕이면 어려워야 내기가 될 테니까. 해서, 상품은 정했나?”
“내일 비번을 하루 양보해주는 건 어때?”
“좋은 생각이지 않습니까? 술도 마셨고.”
코기츠네마루가 가볍게 술병을 흔들어보였다. 니혼고도 나쁘지 않다며 씩 웃었다. 이시키리마루가 술잔을 비우고 눈매를 접어 웃었다.
“그래서, 내용은 무얼로 할 생각이지?”
니혼고가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주인을 유혹하여 하룻밤을 보내는 것으로 하지.”
평소라면 고려조차 하지 않았을 내용이었다. 그러나 취기는 그들의 이성을 반쯤 마비시켰고, 내기의 내용조차 염두에 두지 않았다. 술에 풀린 눈동자들이 연회장 구석에 앉은 사니와에게 향했다. 그녀는 현재 안주를 열렬히 해체하는 중이었다. 그녀는 평소 술을 즐기지 않으니 분명 제정신일 것이다.
동조자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래서, 누가 갈래?”
지로타지의 입매가 즐거움에 한껏 말려들었다.
>
“주인, 조금 천천히….”
“…….”
히자마루는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평소엔 술을 안 마신다고 들었는데. 하지만 지금 그녀는 명백히 취한 상태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이마노츠루기가 걱정 어린 기색을 보였으니 확실했다. 웬일로 저녁 연회에 참석하나 싶었더니 속이 별로라며 음식도 안 먹고 냅다 술만 들이킨 모양이다. 슬슬 방에 눕혀야 하나 걱정할 즈음, 하얀 바지가 사뿐사뿐 곁으로 다가왔다.
“아랴, 같이 한 잔 할까 해서 왔는데.”
“형님.”
히자마루는 난처했다. 이마노츠루기와 이와토오시가 사니와의 방을 정리하고 올 테니 그때까지 술 한 방울도 그녀에게 주지 말라 신신당부를 했다. 더 줬다만 사달이 나도 날 것 같아 알겠다고 했건만 하필 이럴 때 히게키리가 올 게 무어란 말인가.
히게키리는 새 것으로 보이는 술잔과 술병을 각각 손에 쥔 채였다. 그는 사니와 곁에 앉아 히자마루를 보며 빙긋 웃었다.
“어디, 너도 한 잔 하겠니? 하지마루.”
“내 이름은 히자마루다, 형님. 나는 상관없지만….”
“주인, 한 잔 하겠니?”
늘 그렇듯 초점 없는 눈동자가 힐긋 시선을 올렸다. 히게키리의 얼굴을 한 번 훑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히자마루는 아차 싶어 그녀를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형님, 실은 주인이.”
“자, 자. 한 잔 받으렴?”
히게키리는 말허리를 썩둑 자르며 사니와에게 잔을 건넸다. 그녀는 히게키리의 손을 무심히 보다 고개를 돌려 히자마루를 보았다. 아무리 오래된 겐지의 보검이라고 하나 무심한 눈동자는 제 발 저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잘못도 없이 켕기는 기분으로 히자마루의 시선이 허공을 맴돌았고, 사니와는 그런 히자마루의 무릎에 턱 하니 앉았다.
“?!!”
“아랴.”
연회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평소 참가는커녕 있는 둥 마는 둥 안주만 해체하고 들어가 자던 사니와가 남사의 무릎에 앉았다? 과거의 사건을 떠올린 남사들은 마른 침을 삼켰다. 누구라도 가서 말려야 한다는 생각 반, 더 보고 싶다는 생각 반이 치열하게 머릿속을 구르고 있었다.
남사들의 번뇌를 모르는 사니와는 히게키리의 손에 든 잔을 받고,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주세요.”
존댓말? 그녀가 존댓말???
연회장 안에 두 번째 번개가 쳤다. 저 멀리 뭉쳐있던 무리에서 미카즈키와 츠루마루가 몸을 비척비척 일으켰다. 눈빛이 형형한 것으로 보아 이성이 끊긴 모양새다. 타로타치와 이시키리마루가 그 둘을 강제로 잡아 내리 눌러 진압했다. 남사들의 시선은 다시 사니와와 겐지 형제가 앉은 곳으로 향했다. 히자마루의 안색이 이상하리만치 창백했다. 사니와는 여전히 빈 술잔을 든 채 고개를 모로 기울이고 있었다. 히게키리의 주변으로 기묘한 기세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미카즈키와 츠루마루의 발버둥이 심해졌는지 뒤쪽으로 소란이 일었다.
“안 줘요?”
평소와 달리 채근하는 목소리에 투정이 어렸다. 히게키리가 든 술병이 부르르 떨렸다. 히자마루의 안색이 퍼렇게 질리기 시작했다. 사니와가 불현듯 손을 뻗어 히게키리의 손을 매만졌다.
“다쳤어요? 손이 떨리는데. 아닌가, 술 많이 마셨어요?”
부드러운 목소리가 히게키리를 어르기 시작했다. 몇몇 남사는 새빨개진 얼굴을 양손으로 감쌌다.
평소 게으르고 무표정한 사니와는 술에 취하면 사근하고 어른스러워졌다. 그리고 당시 그 모습을 본 남사들은 소위 ‘스트라이크’를 맞았다. 평소에 볼 일이 없으니 대부분 잊고 지내긴 했으나, 그랬다. 현재 사니와는 남사들에게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었다. 저만큼 정신이 날아간 상태인 줄 누가 알았으랴. 이제와 진작 말릴 걸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애초에 히게키리를 말릴 연배는 그리 많지 않았다. 개중 둘은 다른 남사에게 눌린 상태이고, 그 외의 인원은 어딜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혀, 형님.”
히자마루가 위기감을 느끼며 사니와를 품에 끌어안았다. 히게키리의 표정이 묘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미소 짓는 얼굴인데 무언가 달랐다. 히자마루가 마른침을 삼키며 사니와를 품에 안은 채 몸을 뒤로 물렸다.
“주인, 이리 와.”
입매는 여전히 웃고 있지만, 히게키리의 눈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히자마루는 여전히 히게키리의 손을 잡고 있는 사니와의 손을 잡아당겼다.
“주인, 어서 형님한테서 손을 떼!”
“아하하, 방해하는 걸까?”
히게키리의 손이 방향을 틀었다. 사니와의 손목을 잡아채려는 모양이라 히자마루는 기겁했다. 물리면(잡히면) 끝이다!
“그마안!”
이마노츠루기가 히게키리의 손을 빠르게 쳐냈다. 시퍼렇게 안색이 질린 히자마루가 어느새 곯아떨어진 사니와를 품에 고쳐안았다. 이마노츠루기의 시야가 연회장을 쓱 훑었다. 미카즈키와 츠루마루가 대태도 아래서 버르적거리는 모양이나, 남사들의 반 이상이 얼굴을 가리고 벽을 보고 있는 모양을 보니 그 짧은 시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법했다.
“그 잠깐을 못 참아서는.”
“아랴…, 약탈은 나쁜 짓인데.”
“애초에 오늘 주인님은 저랑 자주기로 하셨거든요?”
이마노츠루기가 콧대를 치켜들고 으스댔다. 히게키리의 입매가 미약하게 실룩였다. 히자마루는 그 움직임을 못 본 척 하며 이와토오시에게 사니와를 넘겼다. 사니와를 옆구리에 안아든 이와토오시가 껄껄 웃었다.
“아무래도 ‘내기’는 주인 쪽의 승리 아닌가? 유혹은커녕, 유혹 당한 녀석들이 수두룩하니 말이야.”
이와토오시의 말을 들은 니혼고와 지로타치가 어깨를 움츠렸다. 이마노츠루기의 붉은 눈이 코기츠네마루와 미카즈키와 츠루마루를 훑었다. 저들은 괘씸죄였다. 이마노츠루기가 이와토오시를 잡아 끌었다.
“이와토오시, 주인님을 조금 더 상냥하게 안아드릴 수는 없어요?”
이마노츠루기가 이와토오시의 등을 팡팡 때리며 연회장을 나섰다.
연회장의 열기가 식어 싸늘한 때에, 히게키리가 상냥한 목소리를 내었다.
“다음 연회는, 언제로 할까?”
'도검난무 > 검*사니 전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사니]전력 : 꽃 (0) | 2017.05.14 |
---|---|
[검*사니]전력 : 이름 (0) | 2017.05.07 |
[검*사니]전력 : 꽃샘추위 (0) | 2017.03.13 |
[검*사니]전력 : 등을 맞대다 (0) | 2017.03.05 |
[검*사니] 전력 : 인간 (0) | 2017.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