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07.23


+) 루팡하고 싶어서 받았던 촛달ts/쇼쿠미카ts입니다.


+) 안녕하세요 주인님 설정과 미묘하게 이어지는 느낌으로 봐주시면 됩니다.


+) 위험한 분위기를 쓰고 싶었는데 위험한 게 뭐죠...? 웅앵...?


+) 키워드 : TS, 미카즈키 여체화, 촛달, 쇼쿠미카, 균열, 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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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는 간만이었다. 그녀가 기억하는 교복은 짧았는데. 팔을 길게 덮는 소맷부리가 높이가 맞지 않는 책걸상처럼 낯설었다. 교실은 눈에 익었지만 소란한 분위기는 어색했다. 그녀는 조용히 걸상 위로 몸을 웅크리며 생각했다.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




> 




평소와 다른 시간을 보낸 탓일까. 하교시간은 생각보다 일렀다. 엎드린 그녀를 아무도 안 깨운 탓도 있었다. 그녀는 부스스한 머리를 손으로 빗었다. 교실은 조용했으나 복도는 소란했다. 시야가 흐려진 눈가를 비비던 그녀가 몸을 굳혔다. 칠판 앞, 교탁에 검은 그림자가 서 있었다. 아니, 그림자로 보인 것은 사내가 온통 검기 때문이다. 못 본 척 이대로 고개를 숙일까. 찰나의 고민이 스쳤다.



깼구나.”


“………”


데리러 왔어.”



사내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꿀처럼 진득하고, 달고, 끈적한 목소리. 그녀는 이 목소리를 잘 알았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녀는 인간보다 인간이 아닌 것과 가까웠고, 친밀했다.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인지는 모르나 그녀는 인간에게 시기를 받는 대신 인간이 아닌 것에게 사랑받았다. 그녀의 눈 앞에 있는 사내 또한 인간이 아닌 존재이다. 그녀는 물끄러미 책상을 내려다보았다. 뒤통수로 내리 꽂히는 시선이 따갑다. 투명하고 단단한 황금빛이 부담스러웠다. 검은 장갑을 낀 손이 시야로 불쑥 들어온다. 쭉 뻗은 팔을 따라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리니 미남자가 그린 듯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갈까?”



창 밖은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길었던 여름이 거짓말이었던 것 같다. 어차피 선택권은 없었다. 어둠은 인간이 아닌 것에게 친숙했고, 경계가 뒤섞인 곳에서 심심찮게 끌려가는 사고도 있었다. 눈 앞에 있는 사내가 없다면 그녀 또한 어떠한 것이 게 눈 감추듯 끌고 갈 게 빤하다. 차라리 끌려가는 게 편할까? 그녀가 문득 그리 생각했다.



안돼.”



사내가 눈을 휘어 웃었다. 마치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수분이 날아간 꿀처럼 단단하고 진득하고 들척지근한 웃음을 보자니 이상하게 등 뒤가 시리다. 그는 그녀의 가방과 웃옷을 들고 있었다. 미남자가 몸에 딱 맞는 정장을 차려 입고 시중을 드는 모습은 또래 여자아이들의 낭만적 환상과 부합한다. 그러나 감성이 버석하게 마른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녀와 그는 말없이 오래도록 마주 보았다. 어둑해진 교정에 남은 칠흑의 미남자와 괴상한 소문을 가진 소녀. 어찌 보면 기괴할 수 있는 양상이었다. 그는 그녀를 타이르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



해가 지고 있어.”


“………”


돌아가야지.”


“………”


“[미카즈키].”



그가 그녀의 이름을 속삭인 순간, 거짓말처럼 그녀는 그의 손을 쥐었다. 불가항력이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녀는 눈꺼풀을 깜박였다. 그는 그녀의 이름을 알았다. 영혼에 새겨진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는 하나뿐인 금안을 언제나 부드럽게 휘어 웃었고, 애달프게 그녀를 보곤 했다. 반만 빗어 올린 머리가 잘 어울리는 미남자는 소리도 없이 그녀의 곁을 지키곤 했다. 최종적으로는 그녀를 구하였지만, 늘 그것은 일이 일어난 후였다. 그 날, 그녀가 엉망으로 뭉그러질 때조차 그는 그녀가 부서진 후에야 손을 내밀었다. 지금에 와서 그가 손을 내민들 얄팍한 믿음조차 생길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야 했다. 못내 싫고 견디기 힘들어도 종내 그의 손을 잡아야 했다.



돌아가자.”



그는 그녀를 가뿐히 안아 들었다. 오늘 저녁은 단밤 조림과 짭조름한 가지 구이야. 그는 기쁘게 속삭였다. 그녀는 노곤한 듯 그의 품에 머리를 기댔다. 인간이 아닌 것의 사랑은 그녀를 기쁘게도, 슬프게도 만들었다. 결국 그녀는, 인간도 인간이 아닌 것도 될 수 없는 어중간한 존재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균열이 되어 그녀를 산산히 부서트릴 것이다.


차라리 그 날이 빠르게 오길 바라며, 산죠 미카즈키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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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달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