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07.24
+) 어제 못 썼으니까 오늘 두 편... 성실한 척 해보는 힠님....
+) 출근해야 하니까 에로는 없습니다 흐흐하하하
+) 키워드 : 블랙혼마루, 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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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즈키가 부스스 눈을 떴다. 어슴푸레하던 방이 제법 밝았다. 새벽녘, 극도로 예민해진 신경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놓았었다. 밤새 잠을 설친 것보다 몸은 개운했으나, 찜찜한 꿈을 꾼 것 같았다.
새벽의 공포가 무색하듯, 이부자리에는 그녀뿐이었다. 이곳에 온 뒤로 심장이 멎을 것만 같은 일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뛰쳐나갈 수 없는 이유는, 아직은 바깥이 더 끔찍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부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몸을 움직이자마자 바깥에 기척이 났다. 그녀가 반사적으로 이불을 쥐고 몸을 움츠렸다.
“주인, 일어났을까?”
그녀는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그렇다고 얼버무릴 수도 없다. 다시 잠이 들기에 볕은 너무 밝았다. 그녀가 한참을 어물거리다 겨우 입을 열었다.
“바, 방금, 전에….”
“문을 열어도 될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음에도 용케 알아챈 모양이었다. 미카즈키는 흔쾌히 받아치는 말투에 다시 어깨를 움츠렸다. 이번에는 기다려 주지 않았다. 장지문이 소리도 없이 스르륵 열렸다. 그림자가 어룽진 아래로 흔들리는 머리카락은 새카맸다. 오른쪽 머리가 조금 더 길어 한 쪽 눈을 가린 미청년이었다. 그는 하얀 셔츠에 검정 바지를 입었고 소매를 걷어 올린 채였다. 미카즈키의 경계심이 옅거나 친화력이 높았다면 쉬이 호감을 가질 법한 외모였다.
“잘 잤어? 아직 적응이 안 되어서 힘들텐데.”
“……….”
“식욕은 어때? 점심 식사를 할 때라서, 부르러 와 봤어.”
그가 1인용 반상을 들고 자연스럽게 방으로 들어왔다. 반상 위로 다진 재료와 쌀로 쑤어낸 죽과 맑은 된장국, 절임 반찬이 보였다. 향은 좋았지만 식욕은 그다지 없었다. 어릴 적에야 제법 식탐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녀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청년이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한 수저 정도는 드는 게 어떨까. 여기에 와서 제대로 된 걸 먹지 않았잖아.”
먹기야 먹었다. 현세에서 챙겨왔던 간식이 있었기에. 그녀가 주변을 의식하고 경계하기 시작하면서 식욕은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에서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 스스로 고른 음식만을 입에 넣었다. 그렇게 살았던 습관이 한 순간에 바뀔 리는 없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음식만큼은,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식사는, 그다지.”
그녀가 여러 번 위험한 상황에서, 늘 최악에 다다른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감’. ‘감’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도망치듯 다다른 이곳에서도 경계를 느슨히 할 수가 없었다. 그녀를 살게 한 ‘감’이, 막다른 이곳 또한 안전치 않다는 불안감을 선사했기에. 때문에 그녀는 일단 아무 것도 입에 대지 않는 쪽을 택했다.
“으음, 곤란하네. 주인이 쓰러지면 안 되는데.”
“정 배가 고프면 말 할 테니까.”
그녀가 긴장했던 어깨를 늘어트렸다. 적어도 아침에 이부자리에 파고들었던 작은 소년보다 경계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배가 고파질 일을 하면 될까?”
무기력하게 손을 바라보던 그녀의 등줄기로 오싹한 소름이 돋았다. 그녀가 그를 보았다. 볕을 등진 얼굴이 어떤 표정인지 잘 보이지 않았다. 다만, 따스했던 황금안이 차갑게 빛났다. 소름, 아니. 위기감. 이것은 위기감이다. 미카즈키의 몸이 빳빳하게 얼었다. 지금까지 겪어온 위협과는 수준이 다른.
이것은,
이것은, 위압감이다. 차원이 다른 존재의 것이다.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본능이 그녀를 덮쳐들었다. 형형한 금안 아래로 비죽, 빨간 웃음이 걸렸다. 검은 반장갑을 낀 손이 그녀에게 뻗어든다. 눈 하나 깜짝 못한 채, 미카즈키는 그의 손에 어깨를 잡혔다.
“……아, 으.”
입술이 떨리고 혀가 굳었다. 어깨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나 싶더니, 이불 위로 안착했다. 하얗게 핏기가 빠져나간 얼굴이 애처로웠다. 그가 흥미로운 듯 휘파람을 불었다.
“주인, 굉장히 아름다운 인간이구나.”
나, 굉장히 놀랐어. 그는 그렇게 속삭이며 금안을 숨기듯 눈매를 휘어 웃었다.
“나를 두근거리게 만들었어. 전쟁터도 아닌 곳에서 말이야.”
“시, 싫, 저리….”
미카즈키가 굳은 혀로 새된 거절을 흘렸다. 그럼에도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눈을 빛낼 뿐이었다.
“나, 생각보다 주인이 마음에 들 것 같아. 잘 부탁해?”
미카즈키는 눈을 질끈 내리감았다. 등줄기가 서늘한 것과 다르게, 그의 입술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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