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08.02

 

+) 이거 말고도 쓸 게 산더미라 눈물만 난다 ㅇ)-<

 

+) 키워드 : TS, 블랙혼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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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야가 하얗게 점멸한다. 그와 동시에 미카즈키는 눈을 번쩍 떴다. 방은 밝았다. 무언가 목을 틀어막은 양 갑갑했다. 시야가 흐리고 등으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때, 하얗고 붉은 것이 불쑥 시야로 들어왔다.

 

 

“주인, 괜찮아요?”

 

 

붉은빛이 나란히 둘. 그것이 또렷하게 보일쯤에야 미카즈키는 숨을 내쉴 수 있었다. 목이 뚫리고 긴장한 탓에 가쁜 호흡이 오갔다. 탈력감이 순식간에 몰려든 탓에 그녀는 힘없이 눈을 감았다.

 

 

“주인, 악몽이라도 꾼 거에요?”

 

 

세상에, 식은땀 봐. 이마노츠루기가 호들갑을 떨며 미카즈키의 얼굴을 손으로 식은땀을 훑었다. 기묘한 냉기가 손끝에서 번진다. 얼굴에 열이 오른 탓인가, 기분 나쁠 법한 냉기가 그저 달가웠다. 확연한 감촉에 미카즈키는 문득 소름이 돋았다. 손끝 발끝이 저리다.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생생해서 구역질이 났다. 울컥 치미는 것을 참지 못하고 겨우 고개만 돌려 쏟아냈다.

 

 

“욱, 웨…엑, 켁.”

 

 

멀건 액이 베갯머리와 이불을 적셨다. 이마노츠루기는 그녀의 행동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색이 창백한 것이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이마노츠루기는 안색 한 번 변하지 않고 허리끈을 풀었다. 더러워진 입가를 꼼꼼히 닦아내고 이불 위 젖은 부분을 천으로 꼭꼭 눌렀다.

 

 

“주인, 새 이불을 깔아줄게요. 오늘은 몸이 안 좋은 거 같으니까, 으음. 목욕 하고 올래요? 그 동안 정리해둘게요.”

 

 

새벽녘, 요사스럽게 속삭이던 목소리는 어딜 간 걸까. 이마노츠루기는 인상 한 번 쓰지 않고 그녀를 대했다. 벌벌 떨었던 것이 아주 조금 미안해질 정도로 평이해서, 그녀는 이마노츠루기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붉은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이마노츠루기가 눈매를 접어 웃었다.

 

 

“혼자 움직이기 힘들어요? 도와줄까요?”

 

 

미카즈키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힘이 들어가지 않던 몸에 약간 힘이 들어가 어찌 걸을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이마노츠루기는 몸을 일으켜 앉은 미카즈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천천히 씻고 와요, 주인.”

 

“…고마워요.”

 

 

그녀는 겨우 어물거리는 입술로 감사를 표했다. 이마노츠루기는 말없이 웃으며 창백한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축복을 드릴게요.”

 

 

말에는 힘이 있다고 했다.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미카즈키는 어쩐지 몸이 조금 더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다. 느리게 방을 나서는 미카즈키의 등을, 이마노츠루기는 무표정한 얼굴로 응시했다.

 

 

“신에게 사랑 받을 수밖에 없는 당신을.”

 

 

히죽. 이마노츠루기의 입매가 길게, 소름끼치는 웃음을 그렸다.

 

Posted by 달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