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11.11
+) 하나마루 5화 우구미카 주식 터진 기념 이벤트용입니다.
+) 주신 키워드랑 많이 달라진 거 같고.. 제 한계를 느끼고...흐릿..
+) 키워드 : 타로코우, 차, 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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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면 남사들은 업무를 부여받는다. 원정대, 출진부대를 중심으로 연련부대가 편성된다. 그 후, 혼마루 내 업무를 나눈다. 밭과 마구간을 맡을 인원을 결정하고 나면 그 외 업무는 골고루 돌아가는 편이었다.
다수의 인원이 사는 장소는 신경을 아무리 써도 부족한 면이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업무를 나눌 때 최대한 골고루 분배가 되도록, 손이 노는 인원이 없도록 하는 것이 암묵적인 원칙이었다. 물론 예외는 있으니 아주 간혹, 생활능력이 전무하거나 무딘 인원은 제외된다.
타로타치 또한 임무를 받기 위해 앉아있었다. 그러나 하나둘 남사들이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음에도 타로타치에게 내려오는 임무는 없었다. 멀뚱히 앉아있는 타로타치를 보고야, 당일 근시직을 맡은 고코타이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근래 들어온 타로타치를 어느 업무에 배분해야 하는지 까맣게 잊은 모양이었다. 사니와는 당황하여 말을 잇지 못하는 고코타이를 손짓으로 불렀다. 사니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죄송하다 웅얼대는 고코타이를 품에 안고 도닥였다. 훌쩍이는 고코타이를 달래며 사니와가 입을 열었다.
“어차피 온 지 얼마 안 되었고, 타로타치는 오늘 하루 혼마루를 둘러본다는 생각으로 지내주세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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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롭게 대답한 것까지는 좋았다. 둘러본다고 해도 알아야 둘러볼 진대, 현현한지 얼마 되지 않은 그가 알면 얼마나 알까. 형제인 지로타치라도 있었다면 나았을까. 하지만 그는 장기원정을 나가있는 상태였다. 타로타치는 갈피가 잡히지 않는 얼굴로 엉거주춤 서 있었다.
“앗, 잠시만요! 지나가요~.”
미다레가 툇마루 복도에 엉거주춤 서 있던 타로타치 옆으로 지나갔다. 그를 선두로 타로타치는 앞뒤로 오가는 남사들에게 밀려나기 시작했다.
“? ?? ?????”
이리저리 밀려 도착한 곳은 한적했다. 정원이 잘 보이고, 시시오도시가 규칙적으로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가 청량하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점은,
“…여기는, 어디이지요.”
인적이 없어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전혀 모른다는 부분이다. 타로타치는 멍하니 주변을 훑어보았다. 물론, 소득은 없었다. 한참을 머뭇거리다 열어본 방이 다실이라는 것만 겨우 알아낸 상태다. 타로타치는 다실에 들어가 방을 세세히 살폈다. 혹여 함부로 만지면 안 될 물건이라도 있으면 곤란하다. 다행히 다실은 공용인 듯 했고, 물기 없이 가지런하게 놓인 다기는 말끔했다. 물을 받을 곳이 있나 살피니, 다행히 정원에 작은 수돗가가 있었다. 물을 끓일 화롯불은 없었으나 물을 끓이는 현대 기구는 있었다. 전기라는 것을 동력으로 물을 뜨겁게 만드는 원통형 주전자. 분명 카센이 쓰는 것을 보았다. 타로타치는 기억을 살려 물을 넣고 버튼을 눌렀다. 끓은 물을 작은 주전자에 담아 데우고, 다시 물을 끓인다.
그는 새로 물을 끓이는 사이 잘 정리된 찻잎을 보았다. 가루로 된 것과 잎으로 된 것 중 후자를 꺼내었다. 주전자를 데웠던 물을 버리고 작은 면포에 잎차를 넣어 주전자에 넣는다. 한김 식은 뜨거운 물을 조심히 주전자에 따른 채 향이 올라오길 기다린다. 술과 차는 성질이 비슷하여, 빠르게 맛을 우리려고 하면 도리어 향과 맛이 우러나지 않는다.
타로타치는 찻잔에 차를 따랐다. 찻잔을 들어 투명하게 잘 우러나온 차를 살핀다. 맑은 향이 번지니 몸이 훈훈해진 기분이 들었다. 그가 찻잔에 막 입을 대려는 순간이었다.
“—아.”
“…아.”
살얼음처럼 투명한 머리카락이 청량한 느낌을 준다. 희고 갸름한 얼굴, 가늘고 마른 몸. 낯선 얼굴이지만 풍기는 기운은 비슷하다. 상대도 비슷한지 어색한 몸짓으로 문가에 굳어있다.
타로타치는 살가운 성격이 아니다. 분명 실전에 쓰인 적보다 봉납되어 신사에 머문 기간이 긴 탓이다. 살가웠다면 먼저 이름을 묻고 자연스레 차를 권하였을 텐데. 하다못해 지로타치처럼 넉살이라도 좋았다면. 타로타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나 내심 크게 당황하는 중이었다.
굳어버린 것은 타로타치 뿐만이 아니다. 다실에 나타난 남사, 코우세츠 사몬지 또한 낯익으나 낯선 얼굴에 굳어버리긴 매한가지다. 예정보다 이른 귀환이었으나 업무 배분은 이미 끝나버린 참이었다. 형제인 소우자 사몬지와 사요 사몬지는 각각 원정부대와 출진부대로 편성되어 나갔다. 예정보다 일찍 온 코우세츠는 아슬아슬하게 배웅도 못 했고, 편히 쉬라는 사니와의 말에 겨우 다실을 떠올려 온 참이었다. 물론, 선객이 있을 것이라 생각은 못하였지만.
사니와의 말이기도 하고 중요한 일이라고는 하나 코우세츠는 전투에 흥미가 없었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검’이 가진 힘을 사용해야만 했고, 옳고 그름의 판단 없이 따를 뿐이었다. 육이 생기고 목소리를 낼 수 있어도 천성은 ‘물건’. 그 틀에서 벗어나기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괜, 찮으시다면.”
선객의 말은 의식의 흐름에 굳어버린 코우세츠를 깨웠다. 탐스러운 흑발에 하얀 얼굴을 한 그가 제 손에 든 찻잔을 코우세츠에게 쭉 내밀었다.
“드시겠습니까?”
그리고, 묘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
딱! 시시오도시가 울렸다. 코우세츠는 차를 한 모금 머금었다. 어색하고 무거운 공기가 어깨를 짓누른다. 조용한 것은 좋아하지만 적막함과는 별개다. 선객, 타로타치는 아무 말이 없다. 겨우 꺼낸 첫 대화는 차를 권하는 것이었으나, 적어도 새 잔에 주면 좋았을 것을. 제게 내민 잔을 조용히, 타로타치의 손째 옆으로 밀어내고야 코우세츠 또한 흠칫 몸을 굳혔다. 어색한 사이로 어물어물 꺼내본 말은 ‘알아서 마시겠습니다.’ 였다.
거절할 생각은 없었으나 언행이 거절하는 것처럼 되었다. 결국 새 잔을 찾아 차를 따른 것까지는 좋았으나, 어색한 공기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말주변이 없는 이와 한 공간에 있다는 것이 이리도 불편한 일이었나. 코우세츠는 찻잔에 코를 박은 채 생각했다. 그나마 다행은 차향이 좋았고, 차맛도 나쁘지 않다는 것일까.
코우세츠가 옆을 힐긋 보았다. 흐트러짐 없이 바르게 앉은 모습이 경건하기까지 했다. 찻잔을 물끄러미 보는 모습이, 아주 문득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코우세츠는 한층 누그러진 음색으로 말을 걸었다.
“제대로 된 소개가 늦었습니다. 사몬지 도파의 코우세츠 사몬지라 합니다.”
“아, 저는 타로타치라고 합니다.”
딱! 시시오도시가 울렸다. 대화는 다시 끊기고, 어색하고 무거운 공기가 가라앉았다. 말 주변 없는 두 검이 만났으니 사교는커녕 앉은 자리가 어색해 죽을 지경이다. 특히 타로타치는 초면인 상대에게 입을 대지 않았다고는 하나 제가 마시려 했던 차를 건넬 뻔 했기에 더욱 어색해 죽을 것 같았다. 지로타치처럼 넉살이 좋았다면. 재잘거리는 것이 특기인 동생을 그리워하며, 타로타치는 차를 겨우 한 모금 머금었다.
타로타치가 어떠한 걱정으로 속을 뒤틀던, 외양만은 차분했다. 코우세츠는 그런 그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약지로 찻잔 아래를 쓰다듬는 손. 소우자의 버릇과 닮았다. 코우세츠는 저도 모르게 옅은 미소를 지었다.
타로타치는 힐긋 곁눈질을 주었다. 녹진하고 포근한 미소. 지로타치가 때때로 보여주는 웃음과 닮았다. 타로타치는 긴장했던 몸에 힘을 자연스레 뺐다.
“좋은 일이 생각나신 모양입니다.”
“아. 죄송합니다. 타로타치 공을 보니 동생 생각이 나는 바람에 그만.”
“동생이 있으십니까?”
“예. 소우자 사몬지, 사요 사몬지. 두 동생을 이끌고 있습니다.”
“제게도 동생이 있습니다. 지로타치라고 하지요.”
“아, 화려한 머리장식을 하신.”
“예. 그 아이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니 말입니다.”
동생이라는 이야깃거리는 신기했다. 어색해 죽을 것만 같았던 공기가 따스해졌다. 마시기 좋은 온도의 차를 마시며, 두 맏이는 동생들의 자랑과 걱정을 한껏 털었다.
다정한 검정.
따뜻한 얼음.
코우세츠와 타로타치는 상대에 대한 인상을 그렇게 정정했다. 물론, 제대로 정정이 되는 것은 한참 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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