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6.17


+) 시간 맞춰놓고 밥먹고 오느라 지각한 건에 대하여(대체


+) 이번 편에서 나오는 여사니와는 엑스트라입니다>ㅅㅇ)>  


+) 작중의 남사니는 개인적으로 클램프 여사님들 풍의 기모노+은테 안경이 잘 어울리는 미노년 이미지


+) 폭격 맞은 신생 혼마루 구해주러 간 남사니에요(아마)


+) 키워드 : 츠루사니, 남사니, 여기서는 표현 안되었지만 상당히 또라이입니다(주어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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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17

전력 : 명령에 따라




습격은 한순간이었다. 그녀는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이었고, 그나마 단련된 검들은 원정을 나간 참이었다. 남아있던 검들은 덜 여물었음에도 표정을 단단히 굳히며 기꺼이 주인의 방패를 자처했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제 검을 두고 왔다는 죄책감에 턱이 덜덜 떨렸다.


이렇게 죽는 걸까?


그녀는 그동안 힘들다 투정만 부렸던 것이 후회되었다. 조금 더 배우고 조금 더 부지런할 걸 그랬단 생각에 결국 눈물을 쏟았다. 원정 나간 초기도가 유독 사무쳤다.



“흑, 흐흑….”



부서진 나무 복도가 삐그덕 울었다. 그녀는 숨을 들이켰다. 미숙한 영력임에도 좋지 않은 기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사수정자가 그녀를 찾고 있었다. 그녀를 지키려던 검들은 어떻게 된 걸까. 그대로 부러졌나? 이대로 죽어버리면 어쩌지? 그녀는 공포로 숨을 헐떡였다. 눈물이 줄줄 흘러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그녀가 간절히 바랐다.



“…흐읍!”



그녀의 입을 무언가 틀어막았다. 억센 손아귀 힘이 당기는 대로 맥없이 넘어갔다. 눈물이 철철 넘쳐흘렀다. 어둠에 묻힌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쉬이. 조용히.”



낮고 어두운, 그러나 인간남자의 목소리다. 그녀는 그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눈을 번쩍 떴다. 눈물에 흐린 시야가 답답했으나 목소리가 그녀를 만류했다.



“아직 움직이지 말거라. 갑갑하더라도 조금만 참고. 기척을 숨긴 참이니.”



딱딱하고 사투리 억양이 희미하게 남은 목소리다. 누가 되었든 적만 아니라면 상관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울음에 헐떡이던 호흡을 정돈하려 애썼다.



“호오, 머리가 살아있으니 저것들이 어슬렁댔구만?”



두 번째 목소리다. 어투는 가벼웠지만 억양은 가볍지 않았다. 새로운 목소리는 그녀의 입가를 막은 이와 같이 복도의 어둠에 몸을 숨기고 있는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은 아니다. 추정되는 아군이 늘었다는 사실이 그녀의 공포를 희석시켰다. 복도가 삐걱이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공포는 희석되었으나 그녀의 몸이 긴장으로 빳빳하게 굳었다.



“이봐.”


“하하, 잊은 거 아니지? 나는 ‘명령’을 따른다고.”



기분 탓일까. 말을 했을 뿐인데 목소리가 곧 칼과 같은 느낌이 든 것은. 그는 그런 예기가 익숙한지 가볍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어디 네 멋대로 날뛰어 보거라. ―츠루마루.”


“―당신의 명령에 따릅니다.”



일견 기뻐 보이는 목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하얀 섬광이 내달렸다. 복도의 어둠이 걷힘과 동시에 티 없이 하얀 옷자락이 화려하게 휘날렸다. 그녀의 시선이 무심코 저를 잡은 사내에게 향했다. 강직하게 다물린 턱과 반짝이는 은테 안경이 인상적인 노인이었다. 시선을 느꼈는지 그가 그녀를 내려보았다. 일자로 굳은 입매가 휘며 희미한 웃음을 띠었다.



“안심하거라. 곧 끝날 터이니.”



Posted by 달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