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6.24


+) 힠놈의 글을 본다는 건 모다? 전력 시간에 맞추는 양심이 없다(<)


+) 우리집 할배 사니와 짱짱입니다 스테이터스 짱짱 나이도 스테이터스입니다


+) 작중의 남사니는 개인적으로 클램프 여사님들 풍의 기모노+은테 안경이 잘 어울리는 미노년 이미지(중요하니 다시 말한다)


+) 원래 쓰는 사니와에게는 특별히 근시가 없는데, 할배 사니와는 츠루마루(주워옴)가 근시입니다


+) 키워드 : 블랙혼마루, 청소, 츠루사니, 또라이입니다(주어없음), 물건이든 사람이든 고쳐쓰는 거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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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4


전력:희망




헤이안 시대부터 내려온 고대의 명검에게 긍정적인 마음은 쥐톨만큼도 없었다. 희고 우아한 새의 이름을 가진 검은 명성에 걸맞은 인기를 구가하였다. 본디 물건인 만큼 제 의지대로 주인을 택할 수는 없다 하나, 그 끝마저 평안치 않음은 저주에 가깝다 여겼다. 칭송과 명성이 쌓이는 만큼 검은 자유로울 수 없었다. 잠들기 원했던 검의 끝을 파헤친 것은 다시 인간이었기에.


때문에 인간이 만든 시스템에서 깨어나 시간을 도는 것은 썩 나쁘지 않았다. 아니, 도리어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이는 작은 여아였다. 헤이안 시절보다 성인의 기준이 높아졌다 하나, 헤이안 시절이었어도 성인으로 보이지 않는 작고 가느다란 체구였다. 처음 본 ‘주인’은 나쁘지 않았다. 소심하고 움츠러들기는 했지만, 나름 일은 똑부러진 아이였다. 혼마루는 그녀를 중심으로 하는 견고한 성채였기에, 그녀가 무너짐과 동시에 이 거대한 성채가 무너지리란 예상은 머리가 없어도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보통 검은 주인에게 유대감을 지니고, 강한 유대감을 지녔던 검인만큼 빠르게 정신이 부패하여 타락한 신이 된다.


새의 이름을 딴 검, 츠루마루 쿠니나가는 주인과의 유대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그녀의 명령을 거부하지 않고 따르는, 딱 그 정도뿐인 유대감이었다. 그녀와 깊은 유대감을 지닌 검들은 빠르게 무너졌다. 츠루마루 쿠니나가는 굳이 그들을 베어 넘기지 않았다. 언젠가 저 꼴이 되어 스러질 몸이다. 굳이 제가 나서서 할 이유는 없었다. 타락한 남사들은 주로 그녀가 머물던 본채 내부를 어슬렁거렸다. 그 규칙성을 알게 된 츠루마루는 본채가 아닌 마당과 결계 근처 숲을 제 근거지로 삼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주기적으로 츠루마루는 성채의 상태를 살폈다. 제정신으로 남은 자가 다섯 손가락 안으로 꼽았다. 슬슬 윗선에서 이 성채를 처리하기 위한 군대를 피력하리라. 츠루마루의 금안에 새카만 어둠이 드리웠다. 정신이 오락가락하지는 않으나 몸의 움직임에 미묘한 차이가 생겼다. 숨을 죽이고 있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저들과 똑같이 진창에 굴러 떨어진 모습이 되리라.



“―?”



바깥에서 혼마루로 들어오는 길은 하나다. 경계를 지나 본성에 오기까지 여러 길로 나뉘긴 하나, 분리된 경계는 한 군데 뿐이다. 츠루마루는 본체를 움켜쥐었다. 썩어가기 시작한 곳이라 하여도 그는 도검남사였다. 그는 기척이 나는 방향에 있는 문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기척은 점차 가까워졌고, 이내 안개숲 사이를 헤치며 인간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


“음? 이곳 거주민인가.”



모습을 드러낸 노인은 마치 산책이라도 하는 모양새였다. 가볍게 차린 민무늬 기모노에 하오리를 걸친 인간은 츠루마루와 계단 세 칸만큼 거리를 두고 섰다. 츠루마루는 눈을 가늘게 좁혔다. 츠루마루와 달리 세월로 인한 히끗한 머리와 주름진 얼굴은 누가 봐도 노인의 모습이었다. 노인은 태연히 선 채로 입가에 문 담배를 깊숙이 빨아들였다. 무방비해보였으나 노인은 약하지 않았다. 전쟁을 거쳐온 것 같은 기백이 그에게 서려 있었다.



“어이, 그 나이 먹고 미아라도 된 건가? 세월이 우습구만.”


“글쎄, 인간이란 늘 어딘가를 헤매며 사는 존재이지.”


“하하, 기백 못지않은 혀놀림이군.”


“나야 소일거리 삼을 일이 있다기에 온 것뿐.”


“호오?”



츠루마루는 노인에게 미약한 호기심이 생겼다. 노인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던져 신발로 뭉갰다. 희게 반짝이는 안경테 아래로 노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해서, 먼지구덩이에서 빨래도 않고 지내니 그 옷도 새카매진 건가?”


“어디까지 알고 왔지, 인간?”



츠루마루는 썩 유쾌한 마음이었다. 이성을 잃고 타락한다면, 남은 시간은 저 사내를 위해 써도 나쁘지 않으리라. 츠루마루는 계단에 털푸덕 주저 않았다. 실로 호쾌한 움직임이었다.

노인은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질문에 답했다.



“어느 장소에 가서 청소를 해주길 원한다 들었다만…. 생각보다 청소할 거리가 많아 뵈는데.”


“청소라. 뭐, 썩 틀린 말도 아닌데?”


“그대는?”


“음?”


“청소도구인가, 쓰레기인가.”


“아하.”



츠루마루가 킬킬 웃었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 저 노인과 비슷한 인간이 있었던 것도 같다. 저런 재미있는 자를 두고 타락하기란 조금 아까울지도. 츠루마루의 마음에 한 점, 미련이라는 얼룩이 스몄다.



“그대 보기엔 어떠한데?”



츠루마루가 짓궂게 이죽였다. 노인은 안경을 한 번 치켜올리곤 답했다.



“너덜너덜한 끈만 고쳐 매면 아직은 쓸만한 것 같은데, 내 말이 맞는가?”



츠루마루의 눈동자가 묘하게 번들거렸다. 주인을 잃고 스러져가는 혼마루의 마지막 검, 츠루마루 쿠니나가는 입매를 일그러트리며 물었다.



“고쳐 쓸 깜냥은 되고?”



노인은 계단을 성큼 오르며 답했다.



“거야 청소도구 나름이지.”


Posted by 달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