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08.05


+) 오늘도 노양심데스.........


+) 포대기*사니와 전제의 카센사니, 히게사니입니다. 안 그렇게 보이면 어쩔 수 없고...(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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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5


전력 : 후회




—, 나의 검이 된 것을 후회해?


물어보고 싶은 말이었지만, 더는 물어볼 수 없는 말이었다.



>



수행을 다녀온 후, 카센 카네사다의 일과는 조금 바뀌었다. 수행 전에는 이른 아침 몸을 정갈히 단장하여 일과를 정돈하는 것이 시작이었다면, 지금은 단장 후 주인에게 필요할 일을 정돈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주인의 성향은 바뀌지 않았으나, 수행 후 그의 성향이 바뀐 탓이다. 주인이라면 그 어떤 행동이어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것이 사니와를 받든 검의 사명이며, 그 또한 우아함이기에.


그녀는 근래 말도 되지 않는 더위에 식사도 거르고 늘어지기 일쑤였다. 그런 그녀에게 먹일 음식을 고르며 고민하는 것이 카센에게는 중요한 일과였다. 생각해보면 이맘때였다. 그녀가 이지를 잃고 만들어진 혼마루를 방치하게 된 것이. 아니, 방치는 아니었다. ‘그 일’은 사고였고, 그녀는 치료를 위해 혼마루를 떠났어야 했다. 혼마루를 지탱할 사니와의 장기간 부재는 혼마루의 시간을 멈추었고, 그때를 기억하는 도검들은 때때로 악몽을 꾸고는 했다. 그녀가 울부짖는 모습을 본 도검들은 모두, 때때로 그날의 악몽을 기억했다. 때문에 카센 카네사다는 그녀에게 짐짓 엄하게 굴었으나, 엄한 것이 능사가 아님을 뒤늦게 깨달았다. 애초에 그녀는 그가 왜 엄하게 구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녀는 남사들을 피해 다니는 주인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모른다. 그 일을 아는 남사들은 그런 그녀를 추궁하지 않았다. 모르는 척 어울리며 그녀가 본래 게을렀던 것처럼 굴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기억에,


‘그 일’은 없기 때문에.




>




덥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덥다.


그녀는 그늘진 별채에 늘어진 채였다. 하루하루 남사들과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는 것도 지쳤다. 나름 더위에 강하다 자신했으나 이번 여름, 정확히는 정부의 시스템이 고장난 혼마루는 최악의 더위를 자랑했다. 그나마 움직일만한 밤에 움직이다 조금이라도 시원할 때 잠들고 더위에 깨길 반복하니, 건강한 사람도 못할 짓이다. 그 덕분인가, 그녀는 근래 꿈을 많이 꾸는 중이었다. 시덥잖은 꿈이야 가끔 꾼다지만, 꿈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데 꿈을 꾸었다는 것만큼은 명백했다.



무언가 매우 그립고,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꿈.



그녀는 멍하니 열린 문 너머 정원을 보았다. 강하게 내리쬐는 볕이 하얗게 번져든다. 그녀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 날’도 이랬다.



매미가 울고, 하얗게 볕이 번지고, 땀과 흙투성이 손이 불쑥 제 앞에 오던. 아무도 오지 않던 방에서 볕보다 더 뜨거운 체온을 마주했던 적이 분명 있었다.


그녀는 눈을 떴다. 흙투성이 손, 뜨거운 체온. 언제? 누구와? 그녀는 일렁이는 아지랑이에 시선을 고정했다. 기억에 있다. 아니, 기억에 없다. 이유 모를 소름이 쭉 올라왔다. 기억하지 못하는 풍경에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볕보다 흰 천으로 시야를 가린 것 같다.



무언가, 기억해야 할 것이—.



“쉬이.”



어느 손이 그녀의 눈 위를 덮었다. 손이 덮인 눈가가 시원했다. 환한 빛은 순식간에 그림자에 가려 덮였다. 그녀는 숨을 헐떡였다. 그런 그녀를 이해한다는 듯, 그림자는 상냥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날이 많이 덥지? 인간은 이런 더위에 약하다고 들었는데, 주인도 그렇구나.”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눈가를 덮었던 손이 떨어졌다. 그녀는 눈을 떠 앞에 앉은 이를 보았다. 눈을 휘어 웃는 이는 그녀도 잘 아는 이였다.



“…히게, 키리.”


“더위에 힘들 것 같아서, 얼음물에 적신 찬 수건을 가져왔단다. 자, 바로 누워보겠니?”



손에 어린 냉기는 그런 이유에서였나. 그녀는 복잡하게 얽힌 생각을 뒤편으로 밀었다. 지금은 팽팽 돌아가는 생각에 정신이 팔릴 정도로 기력이 있지 못했다. 바로 누운 그녀의 눈 위로 차가운 수건이 올라갔다. 얼굴의 열기가 거짓말처럼 빠르게 내려가며 편해졌다. 어쩐지 졸음이 몰려왔다. 그녀는 저항할 생각도 없이 수마에 무너졌다.


히게키리는 그런 그녀에게 부채를 살살 부쳐주었다. 그녀의 숨소리가 고르게 바뀌며 가슴이 오르내렸다. 안정적인 숨소리를 듣자니 잠에 든 것 같다. 히게키리는 부채질을 하며 잠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늘 이런 타이밍이네….”



히게키리는 그녀의 손을 마주 쥐었다. 자신이 그녀의 처음이 아니란 것이 이렇게 시기와 질투를 일으킬 줄은, 스스로도 몰랐을 일이었다.




>




그녀는 분명 잠에 든 채였다. 그러나 귓가로 선명하게 박혀든 목소리가 있었다. 알고 있는 목소리였으나, 어딘가 낯익고 낯설었다.



“돌아오면,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몸에 남은 열기보다, 목소리의 주인이 그녀의 손을 쥐고 그녀에게 속삭이는 열기가 더했다. 누구지. 누구였지. 눈을 떠 확인하고 싶었으나 눈을 뜨지 못했다. 가위에 눌린 듯 온몸이 무거웠다. 다시 흘러내리는 수마에, 그녀는 겨우 입을 달싹였다.



“…후회하지 않아?”



그녀의 말에 목소리의 주인은 한참을 침묵했다. 그녀의 의식 끝으로 목소리가 속삭였다.



“그럴 리가.”



다행이다. 차마 전하지 못한 말이 그녀의 혀 끝에 스러졌다. 불안에 들썩이던 가슴에 울음이 맺혔다. 그녀는 꿈에서 다시 잠에 들었다.




>




카센은 차게 식힌 죽을 가지고 온 참이었다. 그는 죽이 담긴 소반을 소리 없이 바닥에 내려두었다. 잠든 그녀 곁에 앉은 그, 겐지의 보물이자 천년을 넘게 내려온 명검 히게키리는 ‘그 날’을 보지 않은 검이었다. 그러나 시간을 통한 연륜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소우자 사몬지가 경계를 겸하여 이 검에게 ‘그 날’의 일을 언급한 것은 카센 또한 알고 있었다. 쓸데없는 짓이었다. 그러한 경계는 오랜 시간을 산 검에게는 가치가 없다. 카센은 그녀의 눈가를 덮은 수건을 들어내었다.


히게키리는 들어낸 수건 아래로 미끄러지는 눈물을 보았다. 카센은 얼음물이 담긴 대야에 미지근한 수건을 담갔다. 그녀의 눈물마저 씻어내려는 듯 한참을 씻어 짜낸 수건을 다시 그녀의 눈가에 올렸다.



“늘 주인은 우는구나.”



히게키리가 중얼거렸다. 카센은 대수롭지 않게 응수했다.



“그 눈물 또한 주인이지.”



히게키리는 카센을 흘깃 보았다. 그는 여분의 수건을 물에 적셔 그녀의 목 주변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히게키리는 팔자에 없는 한숨을 쉬었다. 지나간 시간을 쥔 자와 쥐지 못한 자의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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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달月